눈부신 봄볕 같은 사랑 노래… 연극 ‘봄날은 간다’ 다시 온다
파이낸셜뉴스
2026.03.14 10:22
수정 : 2026.03.14 10:22기사원문
최창근 극작·연출, 4월 3~23일 서울 성북구 극장 봄
[파이낸셜뉴스] 연극 '봄날은 간다'가 20여 년 만에 최창근 극작·연출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14일 극단 제비꽃에 따르면 2001년 초연돼 깊은 울림을 남겼던 '봄날은 간다'가 오는 4월 3~23일 서울 성북구 극장 봄에서 공연된다.
2001년 초연, '봄날은 간다'
신인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큰 주목을 받으며 여러 상을 수상했고, 이후 2006년 서울 재공연을 비롯해 2008년 진주, 2014년과 2015년 서울과 전주 등에서 다시 무대에 오르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작가 한강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가수 거미와 백지영 등 문화예술인과 일반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에는 데뷔 이후 30여 년 동안 깊이 있는 연기로 대학로를 지켜온 배우 문경희가 늙은 여자이자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다. 문경희는 '단테 신곡', '파리의 두 여인', '메디아' 등 수많은 무대에서 존재감을 각인해온 배우다.
남편이자 아들 역은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관객의 신뢰를 받아온 오주환이 맡는다. 오주환은 연극 '12월 이야기',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 '관상', '오래된 정원', '그때 그 사람들', 드라마 '미스티', '아씨두리안'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아내이자 딸 역은 연극 '12월 이야기'의 주역 최솔희가 맡는다. 최솔희는 '신파의 세기', '안톤 체홉 4대 희곡 번안 프로젝트' 등에서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고, 영화 '엄마 바람피게하기' '비상선언', 드라마 '스위트홈 2', '가석방심사관 이한신'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과거의 딸 역의 이유채와 과거의 아들 역의 김태정은 이번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이유채는 영화 '침묵',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셀러브리티', '환혼', '모범가족',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 출연하며 가능성을 보여왔다. 김태정은 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남남으로 만난 모자, 모녀 이야기
'봄날은 간다'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는 남사당패에서 만난 의남매 남편과 결혼하지만, 남편은 어느 여름날 핏덩이 아이를 남겨둔 채 집을 떠난다. 어머니는 그 아이를 친딸처럼 키우고, 남편을 닮은 또 다른 아이를 아들로 거두며 두 아이를 오누이로 자라게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어머니는 자신의 비극적인 삶이 되풀이될까 두려워 그들을 갈라놓으려 한다.
남남으로 만난 어머니와 아들, 딸이 상처와 죄책감, 사랑과 미움이 뒤얽힌 시간을 지나며 서로의 삶을 끌어안는 이야기다. 정제된 언어와 신화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행간의 여백이 주는 상상력과 수사의 아름다움, 그리고 인생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어우러진 연출가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아 왔다.
최창근 작가는 “한 가족의 사랑 이야기이자, 인간이 살아가며 피할 수 없이 마주하는 부끄러움과 죄, 그리고 운명보다 먼저 다가오는 사랑의 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미안함을 남기면서도 끝내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의 아이러니가 '봄날은 간다'의 오랜 울림을 만들어낸 셈이다.
한편 극단 제비꽃은 2022년 '강물이 흘러가는 곳', 2023년 '울지 마, 녹슬어', 2025년 '압둘카림 무스타파', '김민기 뒤풀이', '12월 이야기' 등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며 전석 매진을 이어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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