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 국익과 원칙 철저히 따져야
파이낸셜뉴스
2026.03.15 18:37
수정 : 2026.03.15 20:32기사원문
트럼프, 안보분담 압박 거셀듯
전략적 실리외교로 대응 필요
이란전쟁을 주도한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 건 간단한 사안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이번 전쟁이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이란전쟁에 다른 나라들도 사실상 참여국으로 개입하게 됨으로써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우리의 외교 안보 문제가 돼버린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요청까지는 없지만, 군함 파견 논의가 조만간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부터 냉철하게 득실을 따져야 한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양국 간 무역·안보 협상에서 압박 카드 하나를 내줘야 할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온 우방 이란과의 관계에 균열을 낼 수밖에 없다. 일본 역시 내부에서 자국의 이익에 어떤 선택이 유리한지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강국인 미국의 요청을 뿌리치기 힘들면서도 섣불리 전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 수도 없는 게 각국의 솔직한 속내다. 따라서 우리도 다른 나라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외교 안보적 실리를 추구하는 게 맞다.
이번 전쟁의 국제법적 정당성 논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자위권 범위 내의 적법한 행위였는지 국제사회의 판단은 엇갈린다. 더구나 우리가 군을 파견하더라도 내부 절차를 지켜야 한다. 청해부대를 이번처럼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파견하려면 2020년 독자 파견 때와 달리 별도의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 파견의 법적 정당성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정치적 짐이 될 수 있다.
간단치 않은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이번 문제는 단순히 '파병이냐 거부냐'의 선택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개입 문제가 벌어질 것이란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안보 분담을 요구하는 방식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다각도로 나타날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이 해협이 봉쇄된 채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에너지 수입뿐만 아니라 제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결국 우리 정부와 국회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단순한 파병 결정 여부로 판단할 시점이 아니다. 오히려 격변하는 중동 정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원칙과 전략으로 국익을 지킬 것인지를 놓고 근본적인 고민과 정책적 대안을 챙겨봐야 한다. 이 과정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여야는 눈앞의 정쟁을 내려놓고 국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신중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해외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우리나라에 유리한 최적의 선택지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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