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아파트는 큰아들, 2억 땅은 막내딸"…치매父 유언장, 법적 효력 있나?

파이낸셜뉴스       2026.03.17 10:27   수정 : 2026.03.17 13: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치매 진단을 받은 시기에 작성된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있을까.

1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 때문에 고민이라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아버지 병간호한 막내딸.. 재산은 아들들에게


2남 1녀 중 막내딸이라는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아들과 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셨다"며 "서운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아버지가 크게 아프셔서 병상에 계실 때도 곁에서 가장 오래 간호한 사람이 저였다"고 운을 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른 뒤 유품을 정리하던 날 서랍 깊숙한 곳에서 두꺼운 봉투 하나가 나왔다고 한다.

봉투 겉면에는 낯선 도장 자국이 여러 개 찍혀 있었고, '비밀증서유언'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해당 봉투를 열어 본 A씨는 할말을 잃었다고 한다. 그 안에는 시세 100억원에 달하는 반포 아파트는 큰오빠에게, 남은 현금 전부는 작은오빠에게 준다는 내용이 담긴 유언장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막내딸인 제 몫으로 적혀 있던 건 경북 상주에 있는 도로부지 하나였다"며 "20년 전부터 시세가 2억원 정도에 묶여 거의 오르지도 않은 땅이다"라고 했다.

치매 앓는 시기에 작성됐는데... 오빠들은 "이대로 하자"


그러면서 유언장의 작성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아버지는 5년 전부터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계셨는데 유언장 작성일이 바로 그 무렵이었다"며 "당시 아버지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사람과 날짜를 헷갈릴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오빠들은 '어쨌든 아버지의 뜻이니 유언대로 나누자'라며 얼른 재산을 정리하려고만 한다"며 "아버지가 정말 온전한 정신으로 유언장을 작성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마지막 뜻이라 생각하고 억지로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법적으로 유언의 효력을 따져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 "유언무효확인소송 통해 스스로 입증해야"


해당 사연을 접한 정은영 변호사는 "비밀증서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을 비밀로 한 채 봉인하여 일정한 방식으로 인증받는 유언방식"이라며 "유언자가 증서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뒤 봉인하고, 봉서 표면에 유언서임을 표시해야 하며, 2인 이상의 증인 앞에서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진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언서봉서에 기재된 날로부터 5일 이내 공증인 또는 법원에 제출하여 봉인 부분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방식은 엄격한 요식행위로 하나라도 요건이 빠지면 원칙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유언이 형식위반 또는 의사무능력 등을 이유로 무효라고 주장하려면 유언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무효라는 점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유언 당시 치매로 인해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진료기록이나 의사 소견서, 주변인 진술, 당시 영상 등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치매 진단만으로 유언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유언을 작성할 당시, 내용을 이해할 의사능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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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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