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짜 사장" 노정교섭 요구 본격화…노란봉투법 시행 일주일

파이낸셜뉴스       2026.03.17 15:54   수정 : 2026.03.17 15:54기사원문
노동계, 공공기관 통폐합·지방이전도 비판
"통근버스 일방 폐지는 부당노동행위"



[파이낸셜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지난 가운데, 노동계가 정부를 공공부문 사용자로 규정하고 교섭 요구를 본격화했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지방 이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키우고 있다.

17일 오후 2시 양대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노정교섭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 노동조합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가 참석해 △공공부문 노정교섭 제도화 △보수위원회 설치 △지방 이전 및 통폐합 졸속 추진 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일방통행 거부한다. 노정교섭 실시하라' '대통령이 약속했다. 공공성을 강화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지웅 공공노련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지난 대선에서 당정은 노동계와의 정례적인 대화 테이블 구성을 공언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하나도 제대로 실행된 게 없다"며 "노정교섭 제도화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통한 보수위원회 설치 등 약속을 지키되 밀어붙이기식 졸속적인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통폐합 정책은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모범적인 사용자가 돼야 한다더니 노정교섭 요구는 왜 외면하고 있냐"며 "공공기관 통폐합 정책은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고, 지방 이전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으로 변질됐다. 정부가 정당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양대노총의 성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양대노총 위원장 역시 정부가 사용자성을 받아들이고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는 임금·정원·예산 등을 통제하는 실질적인 사용자임에도 책임 있는 교섭 자리에서 늘 뒤로 숨어왔다"며 "공공부문 정책 결정 과정에 노동자 참여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공식적이고 상설적인 노정교섭 구조를 즉각 마련하라"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만약 어떤 사용자가 노동자와 한마디 상의 없이 통근버스를 없애거나 교섭도 없이 회사를 지방으로 옮겨버렸다면 이재명 정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교섭 자리에 나오게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 스스로 입법하고 통과시킨 법의 취지다. '말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천으로 보여라"고 주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는 민주노총 주최로 '공공부문 사용자 원청 교섭 회피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공공부문 하청노동자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에 단체교섭요구 공문을 보냈으나, 교섭 회피 취지의 답신만 받은 데 따른 항의 조치다. 이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자로서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을 성실히 이행하라"며 "사용자성 관련 수억원대의 법률 컨설팅 입찰 공고가 나라장터에 올라오고 있다. 법률 검토를 운운하며 단체교섭을 회피하는 것은 악덕 사용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각 전국돌봄서비스노조도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교육부 장관 및 57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또 오는 21일 돌봄노동자 대회와 집중행동에 이어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노조 측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보육교사·노인생활지원사 등 돌봄 노동자들을 묶어 단체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정부는 모범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지원한다는 국정기조 아래 관계부처와 상시적인 협업 체계를 통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계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해 소통·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일부 부처나 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유권해석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 자문을 의뢰하는 것은 교섭 회피가 아니라 그간 노·사 협의 등을 통해 정한 합리적인 제도 틀 안에서 노동계와의 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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