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어쩌나요"...'다주택 규제' 유탄 맞은 어린이집, 폐업 속출
파이낸셜뉴스
2026.03.19 14:55
수정 : 2026.03.19 17:46기사원문
문닫는 '아파트 어린이집' 곳곳 등장
다주택 집주인들 매도 나선게 원인
폐업 원장들 "아이들도 갈 곳 없어"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이후, 아파트에 입주해 운영되는 가정어린이집의 폐원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계약 갱신 시점이 도래한 가정어린이집들이 임대인으로부터 퇴거나 월세 인상 요구를 받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가정어린이집은 통상 원장이 아파트 1층 세대를 임차해 5~20명의 영유아를 돌보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최근 임대인들이 어린이집 운영자를 내보내고 직접 실거주에 나서거나, 월세를 인상해 세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20여 년간 운영된 가정어린이집은 이달 말 계약 갱신을 앞두고 폐원을 결정했다. 임대인이 월 임대료 50만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현재 해당 주택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50만원, 또는 매매가 27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가정어린이집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으로 분류돼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임대차3법상 전월세 상한 5% 규정을 적용할 수 없어 임대인의 요구를 제한하기 어렵다. 반대로 가정어린이집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대인은 비거주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인천에서 6년째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A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재원생 20명을 둔 A씨는 오는 5월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를 이유로 이달 퇴거를 요청받았다.
A씨는 인근으로 이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 재원생들의 통학이 가능한 거리 내 전월세 매물이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정부 정책 변화로 집을 빨리 처분하려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오도가도 못하는 이 상황이 저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는 점이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이유로 어린이집을 폐원한 B씨가 다른 어린이집에 취업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3월 새학기와 맞물려 폐원이 이어지면서 자녀를 맡길 곳을 잃은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학 학부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애기 다녔던 어린이집은 집주인이 갑자기 입주한다고 해서 폐원한대요"라고 밝혔고, 또 다른 학부모는 "다주택자 잡아서 집값 잡는다더니 엄한 사람들이 피해보네"라고 답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가정어린이집은 사업장이지만 공동주택에 위치해 있어 법 적용이 애매한 구조"라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도 적용받기 어렵고, 주택임대차의 전월세 상한 규정에서도 벗어나 있는 전형적인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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