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적 지위 선 그은 美… 금융규제 일단 피했다

파이낸셜뉴스       2026.03.18 18:22   수정 : 2026.03.18 18:21기사원문
SEC, 가상자산 논쟁 종지부
韓 입법 검토 과정에서 참고될듯
거래소들, 신규 상장 법적 부담↓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마침내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금융 편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한국 내 가상자산 관련 입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공개한 연방증권법 법령 해석 지침안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이라고 분류했다.

SEC는 가상자산을 정의하면서 주식같은 증권과 달리 "가치가 타인의 필수적인 경영 노력에서 나오는 수익 기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6년 판결에서 타인에게서 투자금을 모아 공동사업을 수행하고, 타인의 노력에 따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증권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SEC는 미국 가상자산 발행업체 리플랩스가 발행한 '리플'이 증권이고, 리플랩스가 증권법상 공모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지난 2020년에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리플도 맞소송을 벌였고 양측은 5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소송을 취하했다.

17일 유권해석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함께 참여했다. 두 기관은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 등 5종류로 구분하면서 오로지 디지털 증권만 증권법으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되어 향후 SEC가 아닌 CFTC의 관리를 받을 전망이다. 다만 SEC는 가상자산 가운데 투자 수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판매되는 상품을 향후 증권으로 재분류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연금, 보험, 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이번 유권해석으로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법적 근거가 명확해졌다.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들도 가상자산 상품을 운용하면서 법적 위험을 덜게 됐다.

이번 유권해석에서 눈여겨 볼 점은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의 법적 지위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다른 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이며, 토큰증권은 가상자산에 쓰이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 및 유통 정보를 관리하는 증권을 말한다. SEC는 토큰증권은 증권이라고 인정했고, 스테이블코인은 증권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로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별개의 자산으로 분류한다. 가상자산은 자산 보호 및 불공정거래 규제 적용 대상이며 관계자들은 특정금융정보법의 신고 규정을 따라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에 대한 관련법이 없다. 국회는 가상자산법 2단계 밥안에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와 가상자산 발행 및 공시 규율을 담을 예정이나, 발행 주체에 대한 업계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국회에서는 지난 1월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금융 당국은 해당 법률에 따라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이라고 보고 있으나, 특정 디지털 자산의 증권성 여부는 계약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EC의 이번 해석은 국회 내 입법 검토와 당국의 법률 해석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가 될 예정이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번 유권해석으로 신규 코인 상장에 따른 법적 위험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동시에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일정기간 예치하고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 서비스 역시 비(非)증권 거래로 분류될 경우 금융 당국의 규제 손길에서 멀어질 수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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