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충격…美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파이낸셜뉴스       2026.03.19 11:24   수정 : 2026.03.19 11:1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일자리는 감소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는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동통계국(BLS) 수장으로 지명했던 EJ 안토니 헤리티지재단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나섰다.

"유가 100달러 감당 못 한다"…인플레 우려


안토니 헤리티지재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경제는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안토니를 노동통계국장으로 지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부진한 고용 보고서를 이유로 기존 국장을 해임한 직후였다. 그러나 한 달 뒤 안토니 지명은 전격 철회됐다.

안토니는 "경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약하고, 인플레이션은 더 심각하다"며 "지난해 낮은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눌렀다면 이제는 반대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간 우리는 관세 충격과 팬데믹을 겪었고, 이제 상당한 규모와 지속 기간을 가진 에너지 충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충격이 실제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2개월 내 약 0.2%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유가가 2~3개월 동안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은 올여름 연율 3.5%까지 치솟고 연말에는 3%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이날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3%)를 크게 웃돌았다.

성장 둔화·고용 악화…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


이미 경고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미국 성장률은 연율 기준 0.7%로, 전분기 성장률 4.4% 대비 크게 둔화됐다. 고용 상황도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2월(18만5000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물가는 관세에 이어 전쟁 영향으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경제학자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고 연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1%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란 전쟁이 에너지·금융시장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와 성장 둔화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비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카스파 헨세는 로이터에 "1970년대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만약 전쟁이 장기화되고 유가가 더 크게 상승한다면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릴 수 있으며, 그와 함께 모든 자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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