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서 다주택관료 배제, 명분·전문성 다 잡길

파이낸셜뉴스       2026.03.22 18:15   수정 : 2026.03.22 18:15기사원문
李 "잘못된 정책 만든 공직자 문제"
이해충돌, 내로남불 논란 차단 취지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과 부동산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을 소유한 공직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SNS 메시지를 통해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며 "잘못된 제도를 만들거나 방치한 공직자가 이를 악용해 투기까지 한다면 제재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시는 민감한 부동산 정책을 논의·입안·결재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 공직자가 정책 수립에 참여할 경우 제도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사익 추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아무리 정교한 제도라도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과거 정부에서도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와 비거주 고가주택 논란이 반복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강조하던 정책 기조와 달리 일부 공직자가 지방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핵심 지역 주택을 남기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가 청와대 소속 공직자 주택소유현황을 분석해 28%가 다주택자라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다주택 공직자에 의해 결정되는 정책들이 집없는 서민과 청년을 위한 정책일 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책 신뢰에도 적잖은 상처가 남았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내로남불' 논란을 차단해 정책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필요하다.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정책 효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라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공직자의 도덕성과 일관성은 정책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공직자의 주택 보유 현황과 정책 관련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충돌을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다만 부동산 정책은 세제·금융·공급·도시계획 등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어 전문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단순히 주택 보유 여부만을 기준으로 정책 담당자를 일괄 배제할 경우 정책 설계역량이 약화되고 현실과 괴리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개인의 이해관계가 정책 수립 과정에 개입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유지하되 정책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투명한 자산 공개와 이해충돌 방지장치를 병행할 때 명분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안정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3구를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가격이 다소 하락하고, 이런 안정세가 용산·성동·동작 등 한강벨트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는 관망세를 키우며 가격조정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열됐던 심리가 진정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 이후다. 다주택자의 매물 회수와 호가 상승이 나타날 경우 정책 효과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은 상황에 따라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집값 안정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집값에 대한 과도한 기대심리를 낮추고 일관된 안정 신호를 시장에 전달할 때 부동산 정책의 효과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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