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반장선거도 컨설팅 받는 시대… 시간당 10만원 훌쩍
파이낸셜뉴스
2026.03.22 18:21
수정 : 2026.03.22 18:20기사원문
학교 분위기에 맞춰 공약 짜주고
표정·제스처·발성 등 연설 훈련
"발표력 향상·성취감 심어줘"
"이런 학원까지 보내야 하나"
당선 전략 사교육 극과극 평가
"요즘은 반장이나 회장 선거에 별다른 준비 없이 나가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후보가 10명~20명씩 몰리다 보니 학원에서 연습을 했느냐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크게 벌어지죠."
새 학기를 맞아 초·중·고교 임원 선거를 겨냥한 사교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 반장 선거가 평소 인기 등에 좌우되는 측면이 컸다면 최근에는 연설문 작성부터 공약 작성, 학교별 분위기에 따른 전략 설계까지 이른바 '선거 맞춤형 코칭'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력과 표현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교내 선거가 자칫 '이미지 연출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년 전부터 임원 대비 과정을 운영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스피치학원 원장 유모씨는 "어떤 학교는 간식이나 선물 같은 공약이 가능한 반면 봉사 관련 공약만 허용되는 곳도 있다"며 "학교마다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의 스피치학원 원장 A씨도 "학교별 분위기나 이전 당선 사례, 후보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향을 잡는다"며 "요즘은 전교 회장뿐 아니라 학급 반장 선거 경쟁률도 치열한 데다 학원에서 지도를 받고 아니고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반장이 되기 위해 학원을 찾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임원 선거 대비 수업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학원가의 열기도 뜨겁다. 서울 송파구의 스피치학원 원장 B씨는 "반포나 청담동에는 임원 선거를 전문으로 지도하는 강사가 따로 있을 만큼 수요가 많다"며 "잘하는 강사의 경우 일정이 꽉 차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임원 선거 준비가 '컨설팅화'되는 흐름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학부모는 "요즘은 다들 준비를 하기 때문에 안 보내면 뒤처지는 느낌이 있다"며 "발표력 향상이나 성취감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강동구 주민 최모씨(46)는 "생활기록부를 신경 써야 하는 중·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생까지 이런 학원에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용 대비 효과나 아이가 받을 스트레스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주도적으로 공약을 고민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아닌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는 준비가 늘면서 교내 선거의 본래 목적이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확산이 불가피한 흐름인 만큼 리더를 평가하는 기준과 판단 능력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같은 흐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리더의 기준과 역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관련 기관(학원)도 단순히 화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책임과 헌신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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