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짜는 모든 과정서 다주택자 배제"

파이낸셜뉴스       2026.03.22 18:37   수정 : 2026.03.22 18:36기사원문
'초강수' 꺼내든 李대통령
"0.1%의 결함도 있어선 안돼"
제도 만드는 공직자 기준 강화
靑 "강제처분하란 뜻은 아냐"
담당자 보유현황 들여다볼듯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전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하라고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초강수로, 지난 진보 정부 때 반복됐던 '내로남불'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끊겠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부동산공화국 탈출은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과제이고, 부동산이나 주택정책에서는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다주택자나 투자·투기용 비거주 주택 보유자, 초고가주택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집값이 오르도록 세제·금융·규제 정책을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 제도를 만든 공직자나 그런 제도를 방치한 공직자가 그 잘못된 제도를 악용해 투기까지 한다면 그는 비판을 넘어 제재까지 받는 게 마땅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집이 있어야 살림도 하고 결혼해 아이 낳아 기르기도 할 것 아니겠나"라고 적었고, "몇몇의 돈벌이를 위해 수많은 이들을 집 없는 달팽이처럼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라고 밝혔다.

한동안 부동산 언급을 아껴오던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에서도 "사기죄 형사처벌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고 강제 대출회수 당하는 것과 선제적으로 자발 상환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일지는 분명하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는 등 부동산 이슈를 SNS로 다시 직접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번 지시는 제도 전반을 짜는 공직사회가 조금이라도 불공정해 보이면 정책이 무너진다는 경험이 깔린 조치로도 읽힌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처럼 논란이 터지는 순간 부동산 대책은 물론 정부 신뢰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동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이번 지시가 '다주택자 강제 처분'과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다주택을 강제로 사람들한테 팔라 이런 건 아니다. 처분하는 게 더 좋은 (방향이 되도록) 정책적 수단을 마련하겠다"며 "그런 상황에서 부동산 주택정책을 하는 담당자들이 그런 설계에 참여하는 게 다주택자들이, 맞느냐 이런 생각 갖고 계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부동산·주택 정책 담당자들의 보유 현황을 들여다본 뒤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정책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 수석은 "부동산 주택정책 담당자들에 대한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파악되고 난 다음에 업무배제 조치를 시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지침은 각 부처, 내각에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이라며 "다주택 보유 여부만으로 관련 공직자를 배제한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우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정부 부처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관련 부서들은 휴일 오전에 나온 대통령의 지시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주택토지실, 주택공급본부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기초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 금융위 부동산 정책라인 고위 관계자들은 모두 1주택자여서 추진동력 상실 없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영 부위원장, 신진창 사무처장, 전요섭 금융정책국장 등은 모두 1주택자다.

west@fnnews.com 성석우 이주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