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에 해외 IB, 韓 성장률 '줄하향'…장기화 시 '0%대' 우려도
뉴스1
2026.03.23 06:05
수정 : 2026.03.23 06:05기사원문
특히 중동 사태 장기화 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교역 위축이 겹치며 성장률이 1%대는 물론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당초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이 경제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히는 흐름이다.
정부 역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15조~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동발 충격에 韓 성장률 하향 조정…최악의 경우 0%대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원 환율 상승 등을 반영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당초 반도체 업황 회복을 바탕으로 올해 성장률은 2%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부는 2.0%, 한국은행은 2.0%,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각각 1.9%를 제시했고, 해외 IB들도 씨티 2.4%, 노무라 2.3%, UBS 2.2%, 바클리 2.1%, JP모건 2.0% 등으로 대체로 2%대 성장률을 예상해왔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7%, 2분기에는 9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연간 기준으로는 달러화 기준 반도체 수출이 54% 증가해 지난해(22%)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주도형 반도체 수출 확대가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포인트(p)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 개선과 글로벌 IT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이 성장률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중동 사태 이후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이 같은 상향 흐름은 흔들리고 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2.3%에서 2.2%로 0.1%p 낮췄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수출 증가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내수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조건 악화와 수출 증가세 둔화 가능성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급등과 해협 봉쇄 가능성을 반영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0.3~0.5%p 낮췄다.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수정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에 1.8%를 전망했던 만큼 경제 타격이 심할 경우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연구기관도 하락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NH금융연구소는 중동 전쟁이 3개월간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0.3%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년간 지속될 경우에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교역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한국 성장률이 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와 물류 차질 장기화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면 성장률이 0.3%p, 150달러까지 상승하면 0.8%p 각각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100% 수입하는 국가로 중동 사태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경기 둔화와 고환율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경기 둔화 가능성 확대"…추경 15조~25조 원 거론
정부 역시 중동 사태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대응에 착수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과 민생 부담이 커지고,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경 규모는 15조~25조 원으로 예상된다.
유류비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비용 경감, 수출 피해 기업에 대한 물류비 및 운영자금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 보전과 에너지 수급 안정 관련 예산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동 사태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중동 상황에 따른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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