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소 12곳 EV 전략 후퇴시켜
파이낸셜뉴스
2026.03.23 07:47
수정 : 2026.03.23 07: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휩쓸었던 순수 전기차(EV) 열풍이 급격히 식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견고한 수요와 주요국의 정책 후퇴가 맞물리면서, 최소 12개 이상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EV 전환 계획을 전면 수정하거나 축소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혼다는 이번 전략 수정으로 인해 향후 2년간 약 16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면서도 '현실론'을 택했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드, 스텔란티스, 볼보 등 주요 제조사들도 당초 내세웠던 100% 전기차 전환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FT 분석에 따르면, 이처럼 취소된 모델 출시와 투자 계획 변경으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떠안은 비용만 최소 750억달러(약 113조원)에 달한다.
특히 고성능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기차 후퇴가 두드러지고 있다.
BMW 그룹의 롤스로이스는 2030년 이후에도 가솔린 엔진 차량을 계속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며 흐름에 동참했다. 벤틀리와 로터스, 아우디, 포르쉐 역시 완전 전기화 목표를 철회하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2030년 출시 예정이었던 첫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의 계획을 백지화하고 하이브리드로 대체하기로 했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순수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슈퍼카의 감동은 차체의 진동, 조향감, 그리고 무엇보다 엔진 사운드에서 오는데 전기차는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고급 스포츠카 업체 페라리 역시 2030년 전기차 생산 목표를 절반으로 줄였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팬들에게 페라리 특유의 포효하는 엔진 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냉혹해진 정치·경제적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액 공제)이 폐지되었고, 충전 인프라 예산 삭감 및 배출가스 규제 완화가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역시 탄소 배출 목표치를 완화하며 규제 속도를 늦추고 있다.
크리스 브라운리지 롤스로이스 CEO는 "첫 전기차 '스펙터' 출시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며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시인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순수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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