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도 없다"...한번 먹고 1년 굶는 '비단뱀'서 비만 치료 열쇠 찾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3 09:35
수정 : 2026.03.23 09: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 번에 많은 먹이를 삼킨 뒤 오랜 기간 굶는 비단뱀의 대사 방식이 사람의 식욕 조절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스탠퍼드대, 미얀마비단뱀 혈액서 식욕억제 화합물 발견
버마비단뱀은 길이 5m 이상, 몸무게 100kg 가까이 자라며 자기 체중에 맞먹는 먹이를 한 번에 삼킬 수 있다.
식사 후 몇 시간 안에 심장이 약 25% 커지고, 대사 속도가 최대 4000배까지 증가한다. 이후 별다른 부작용 없이 최대 12~18개월 동안 먹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다.
연구팀은 먹이 섭취 후 나타나는 급격한 심장 성장과 관련된 대사 산물을 찾기 위해 어린 버마비단뱀을 28일 금식시킨 뒤 체중의 약 25%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이고 식전·식후 혈액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식후 몇 시간 안에 208종의 대사 산물이 혈액에서 크게 늘었고 그중 하나는 1000배 이상 급증했다. '파라-티라민-O-황산염(pTOS)'이라는 이 분자는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며 인간 소변에서도 소량 검출된다.
쥐 실험에서 pTOS는 에너지 소비나 장기 크기를 바꾸지 않았지만, 식욕과 섭식 행동을 조절했다. 비만 생쥐에 투여하자 먹이 섭취량이 줄었고 28일 후 체중이 약 9% 빠졌다.
파충류 독에서 착안한 오제픽·위고비는 메스꺼움·복통 부작용
연구팀은 "pTOS는 위 배출 속도를 늦추는 GLP-1 계열 약물과 달리 식욕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제픽, 위고비 등 GLP-1 약물은 파충류 길라 몬스터의 독에서 착안해 개발됐고 현재 수백만 명이 복용하지만 절반가량이 메스꺼움·변비·복통 등 부작용으로 1년 안에 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레슬리 레인완드 교수는 "기존 약물의 부작용 없이 식욕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 물질을 발견한 것"이라며 "인체에도 존재하는 물질인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와 임상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