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독일식 '사회법원' 추진…장애·노인·임산부 사건 문턱 낮춘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3 15:39   수정 : 2026.03.23 15:39기사원문
산재 전담재판부 개편…'쉬운 판결문'·찾아가는 소송구조 도입



[파이낸셜뉴스]서울행정법원이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독일식 '사회법원' 모델을 도입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전체판사회의를 열고 사회보장 사건을 전담하는 '한국형 사회법원' 구축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독일 사회법원 모델을 국내 법체계에 맞게 변용해 사회보장 전문법원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향후 별도 사회법원 도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존 산업재해 사건 전담재판부를 '사회보장 사건 전담재판부'로 확대·재편한 데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차별·편의보장 및 활동지원 관련 사건 △육아휴직 급여 항고 사건 △아동수당·장애연금 등 각종 사회보장 수급권 관련 소송 등이 전담재판부에서 집중 처리된다.

이를 통해 장애인, 노인, 임산부, 아동을 아우르는 사회보장 전 영역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체계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현재 서울행정법원 내 6개 합의부와 7개 단독재판부가 사회보장 전담재판부로 운영된다.

서울행정법원은 특히 독일 사회법원의 '원고 친화성 원칙'을 도입해 사법 접근성을 대폭 높일 계획이다. 소송 비용 부담을 낮추고,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적극 심리하는 구조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권리구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실무 개선도 이뤄진다. 장애 유형별 전문 소송구조 변호사 풀을 구축하고, 장애 사건은 원칙적으로 직권 전액 소송구조를 실시한다.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경우 주거지 인근 변호사를 배정하는 '찾아가는 소송구조'도 도입된다.

아울러 장애인과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지리드(Easy-Read)' 소송 안내문을 제공해 재판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독일 사회법원 모델을 우리 현행법 체계에 변용·적용해 사회보장 전문법원으로서 발돋움함으로써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정의 실현, 국민의 신뢰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후 사회법원 내지 사회보장부 특례 규정 도입의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내규 개정과 서비스 개선에는 사회적 약자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정선재 법원장(사법연수원 20기)과 강우찬 수석부장판사(연수원 30기)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부임한 정 법원장은 2009년 사법연수원 기획총괄 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 판사(연수원 41기)의 연수원 입소 준비를 총괄했다. 당시 해외 사례를 직접 조사해 시설·교육 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법 접근성 확대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후 서울고법 행정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면서도 다수의 사회보장 관련 사건을 선고해왔다.


강 수석부장판사는 2022년 12월 국내 최초로 '이지리드 판결문'을 도입한 바 있다. 장애인 원고가 제기한 사건에서 판결 주문 옆에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는 문장을 적고, 판결 요지를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설명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사회보장 전담재판부 개편을 주도하며 이지리드 판결문의 시범 시행도 추진 중이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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