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감독권한' 정부→지방정부 이양 추진..."30인미만 사업장 대상"
파이낸셜뉴스
2026.03.23 16:37
수정 : 2026.03.23 17:12기사원문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고용부 차관과 토론
"인력·예산 없으면 시행 어렵다”…지자체 부담 호소
4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대선 대책 발표
"쪼개기 계약근절... 지방정부, 모범 사용자 역할해야”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노동감독 권한 일부를 지방정부에 넘기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산업재해·임금체불 대응을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자치단체 스스로도 ‘모범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교섭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음달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한다.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지방정책협의회에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노동감독 권한 지방 위임’과 ‘공공부문 사용자 역할 강화’를 핵심 안건으로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권창준 노동부 차관이 직접 안건을 설명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된 상태다.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은 1953년 제도 도입 이후 73년 동안 유지되어 온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변경하고, 그동안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던 감독관의 직무와 권한, 집행 기준을 하나로 통합해 규율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노동부 장관의 사업장 감독 권한 중 일부를 전국 17개 광역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감독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관련 법안은 공포 후 8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권 차관은 "정부가 설정한 위임 대상은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라며 "정부는 2027년까지 전체 사업장의 7% 수준(약 4만개소)을 감독하고 이 중 1만5000개소를 지방정부가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에 대체될 정원은 내년 기준 약 741명 규모로 추산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전 감독 매뉴얼·점검표 표준화, 교육 지원, 평가 인센티브 등을 통해 지방 감독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경기·경북·제주를 선도 지역으로 지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권 차관은 “법 시행 전까지 협의 채널을 통해 세부 제도를 정비하고 연말부터는 일부 지역에서 실제 감독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인력과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제기됐다. 광주시는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단순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기준 인건비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시도 기계·금속·자동차 부품·섬유 등 고위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와 영세 사업장 밀집으로 감독 난이도가 높다며 부담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과 인력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권 차관은 “내년도 인력 확충을 전제로 행정안전부와 기준 인건비 및 교부세 확보를 협의 중이며, 교부세 대상이 아닌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별도 재원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4월 발표…“쪼개기 계약 근절”
권 차관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모범 사용자’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자회사 등을 포함한 약 2100개 기관을 대상으로 고용·임금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며, 3월 중순 기준 89.7%가 참여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를 토대로 4월 중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 차관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로서 노동조건 개선을 선도해야 한다”며 “지방정부 역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불공정 관행 해소에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부문에서는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1년 미만 단기 계약을 반복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 사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 수준 역시 개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다만 구체적 보상 방식(공정수당 등)이나 지급 기준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재정 부담 규모와 적용 대상, 기존 임금 체계와의 정합성 등을 둘러싼 추가 검토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권 차관은 제도 시행에 앞서 지방정부의 선제 대응도 주문했다. 상시·지속 업무의 경우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는 사전 심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역할도 확대된다.
정부는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교섭 의무 수행에 성실히 임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정 간 협의를 통해 근로조건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권 차관은 “노조법은 결국 대화를 촉진하는 법”이라며 “지방 정부가 노사 협력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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