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후보 앞에 놓인 '3高' 위기

파이낸셜뉴스       2026.03.23 18:13   수정 : 2026.03.23 19:32기사원문
고물가·환율·금리, 최악의 국면
물가와 성장 사이 균형감 살려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명 소감문을 통해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간결한 한마디 속에 남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국제금융·거시경제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시장의 거대한 위기 앞에선 실력 발휘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신 후보자가 총재직을 넘겨받는 시점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장중 1510원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문제를 잘 헤쳐나가야 한다. 더욱이 글로벌 공급망 훼손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성장률 하락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도 심각하게 감안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한은 총재가 매번 마주하게 되는 물가 안정과 성장 간 균형 잡힌 판단은 간단치 않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를 올리면 성장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지금은 물가가 2%대로 안정된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 급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한은이 올해 금리를 한두 차례 올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리 인상은 경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따져보면 금리를 인상하거나 내리거나 모두 큰 위험 부담이 따른다.

그럼에도 한국은행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은은 예전에도 정부와 성장을 둘러싼 논쟁에서 종종 엇박자를 보여왔다. 성장 지원을 앞세운 정부의 기대와 물가 안정을 우선하는 중앙은행의 사명 사이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모습이 여러 번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한은의 역할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데 있지 않다. 물가 안정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수호라는 중앙은행 고유의 임무에 충실하는 게 한은 본연의 존재 이유다.

물론 경제정책 판단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복합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서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 단기적 물가 대응에만 매몰되는 경직성을 벗어나야 한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경제구조 개혁 정체 등 구조적 문제 앞에서 통화정책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복합처방이 필요한 시대다.


지금은 누가 한은 총재를 맡더라도 헤쳐 나가기 힘든 시기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성장동력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냉철한 판단력과 원칙으로 시장을 살리는 통화정책 수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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