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돈 나가는데 뭔지 몰라"...서울시, '선불식 결합상품' 제도개선
파이낸셜뉴스
2026.03.24 12:25
수정 : 2026.03.24 12: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A씨는 매달 20여만원씩 30회가량을 납부하면 만기에 여행을 보내주는 '선불식 할부거래 여행상품'에 가입했다. 호화여행에 더해 가전제품 렌탈까지 제공한다는 조건에 가입했지만 부담이 커지며 중도해약을 요청하자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별도로 이용하던 가전 제품 역시 꼼짝없이 남은 렌탈 비용을 모두 물어야 하는 처지다.
이마저도 개인적으로 구매했을 경우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시는 소비자단체 한국여성소비자연합과 함께 최근 3개년(2022년 ~2025년) 소비자 상담 사례를 분석하고, 상조 결합상품 가입자 500명을 대상으로 인식 및 가격 비교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표준약관 개정 등 제도개선 추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선불식 결합상품'은 상조·여행의 선불식 할부계약(12∼20년)과 가전제품 등의 렌탈계약(3∼5년)이 결합된 형태의 계약이다. 만기까지 완납하고 상조·여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해약 시, 납입금(상조+가전) 전액을 환급해 주는 약정을 체결한다.
반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선불식 결합상품 관련 상담 분석 결과, 불만 요인 1위는 '별도계약 미고지'로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가전제품 계약이 별도임에도 '사은품'으로 안내되는 등 계약 체결 단계에서 핵심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20년 이후 상조 결합상품에 가입한 서울시 거주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서는 계약 내용을 이해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2.8%에 그쳤다. 계약 이해가 어려운 이유로는 '판매자의 불충분한 설명'(28.3%), '계약서·약관 용어의 난해함'(23.9%), '만기환급금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21.7%) 순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비쌌다.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다수 접수된 9개 품목, 총 25개 상조 결합 가전제품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가격 비교 전문 사이트의 온라인 가격 중앙값 대비 최소 1.4배에서 최대 3.3배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안마의자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동일사양의 동일한 60회 분납 조건의 8개의 렌탈 서비스와 비교한 결과에서도 최소 1.05배에서 최대 2.9배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시는 우선 2014년 이후 법률 등 개정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상조 서비스 표준약관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여행상품 포함에 따른 약관 명칭 변경, 해약환급금 지연배상금 이율 변경, 부정기형 상품 해약환급 변경 등이다.
아울러 계약 체결 단계에서 소비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에 대한 고지·안내도 강화한다. 소비자단체와 함께 별도 계약 여부, 납입금의 구성·배분, 중도해지 시 환급·위약금 기준, 제품 모델·가격 비교 등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홍보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다.
김명선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선불식 결합상품은 계약 구조가 복잡한 데 비해 계약 체결 과정에서 핵심 정보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소비자 안전망을 촘촘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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