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충격'에 日전력·교통·온천까지 멈춘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4 13:55   수정 : 2026.03.24 14:49기사원문
중유·경유 부족에 공장·발전소 잇단 차질
여객선 감편·버스 연료 입찰 실패…일상 인프라 흔들
일본 정부, 산유국 공동 비축 물량 방출·대체 수입선 확보 나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영향이 공장·발전소 뿐 아니라 버스·여객선·온천 시설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2위 철강회사인 JFE스틸은 이달 중순 중유 부족으로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에 있는 서일본 제철소 후쿠야마 지구의 화력발전 설비 1기 운영을 중단했다. 고로(용광로)에서 나오는 가스와 중유로 발전소를 가동해왔지만 유가 상승으로 자체 발전보다 외부 전력을 구매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야마요시제과도 중유를 조달하지 못해 '와사비프' 포테이토칩 등 주력 제품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일정 물량을 확보해 오는 23일부터 생산을 재개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효고현 단바사사야마시에 위치한 온천 시설 '곤다 약사 온천 누쿠모리노 사토'는 오는 28일부터 당분간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보일러로 온천수를 데우기 위해 중유를 사용하는데 며칠 전 공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온천 시설의 사장은 "개업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중유가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나가사키현의 사이카키시와 사세보시를 잇는 여객선 운행 업체 '세가와키센'은 경유 부족에 지난 23일부터 여객선 운항을 하루 11회에서 9회로 줄였다. 통학·통근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 시간대 운항을 줄였다.

J파워는 지난 21일부터 나가사키현 마쓰우라 화력발전소 출력을 낮췄다. 감소 규모는 약 100만kW로 원전 1기 수준이다.

버스 업계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의 공공 버스 운행업무를 맡고 있는 도쿄도 교통국은 4~6월분 경유 조달 입찰이 무산돼 수의계약을 검토 중이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교통 당국도 입찰이 유찰돼 가격 재설정에 나섰다. 일본버스협회는 "전국적으로 공급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원유에서 중유는 약 16%, 경유는 약 25%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중유·경유의 조달 가격은 원유 가격 상승에 연동되어 오르고 있으며 유통 물량 자체도 감소하고 있다.

일본은 원유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해왔으며 봉쇄에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유조선은 이미 대부분 일본에 도착해 원유를 추가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부족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판매처를 선별하고 출하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석유연맹에 따르면 실제로 일본 정유소 가동률은 72.5%로 크게 하락했다. 현재 비축유를 활용해 버티고 있지만 재고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달 기준 재고는 △제트연료·중유 약 60일 △휘발유 약 12일 △경유 약 14일 등에 그친다.

전체 석유 제품 재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전부다 약 10%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유를 분해해 휘발유 생산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일본 정유시설은 최신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정유업계 임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4개월 장기화하면 공급에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도 오는 26일부터 국가 비축유 30일분을 방출하는 한편 이달 중 산유국 공동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중동 정세에 관한 첫 각료회의에서 "석유 제품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26일부터 (석유) 국가 비축 방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국가 비축유 146분 가운데 가운데 30일분을 우선 방출한다. 방출분은 이란 사태 이전 가격으로 매각된다.

산유국 국영 석유회사가 일본 내 탱크에 저장해둔 산유국 공동 비축유도 이달 내 방출할 예정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산유국 공동 비축 물량 5일분을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 안에 일본 정유사와 산유국 기업이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중 방출이 시작된다.

일본 정부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의 석유회사에 일본 내 저장 탱크를 빌려주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으로 약 6일분의 비축유가 있으며 긴급 시 일본 기업이 우선적으로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원유 조달 다변화도 추진한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루트를 통한 조달 확대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 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항, 미국으로부터의 조달 확대를 예로 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도 같은 날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경제산업성이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과거 조달 실적이 있고 증산 여력이 있는 중앙아시아·남미, 캐나다·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원유 및 석유제품을 확보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 여력이 큰 미국과 파이프라인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 대체 루트를 언급하며 "필수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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