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상처, 문학의 언어로 다시 섰다… 제14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

파이낸셜뉴스       2026.03.24 16:52   수정 : 2026.03.24 16:51기사원문
시 부문 신유담 ‘현무암의 폐활량’ 선정
유네스코 등재 이후 첫 수상 의미 더해
소설·논픽션은 수상작 없이 마무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상처와 기억을 문학의 언어로 새롭게 길어 올리는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처음 열린 시상식이라는 점에서 기록을 넘어 해석과 전승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4·3의 현재를 보여준 자리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 주관한 ‘제14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상식’이 23일 오후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김창범 4·3유족회장,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철우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장과 4·3단체, 문인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으로 승화해 희생자와 유족의 인권, 민주주의, 국민화합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2012년부터 전국 공모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4·3을 단순한 지역 사건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보편적 질문으로 끌어올리는 문학적 통로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올해 수상작은 시 부문에서 나왔다. 신유담 작가의 ‘현무암의 폐활량’이 최종 선정됐다. 소설 부문과 논픽션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심사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작품성과 주제의식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수상작 제목인 ‘현무암의 폐활량’은 제주 자연의 상징을 통해 4·3의 기억과 생명력, 침묵과 호흡을 함께 환기하는 표현으로 읽힌다. 현무암은 제주를 이루는 가장 익숙한 물질이지만 동시에 제주 근현대사의 상처와 버팀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제목만으로도 제주성과 4·3의 기억을 밀도 있게 압축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번 시상식은 특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기록유산 등재가 4·3의 사실과 진실을 국제사회가 공적으로 확인한 과정이었다면 문학은 그 기록을 다시 사람의 감정과 상상력, 언어로 옮기는 영역이다. 기록이 사실의 토대라면 문학은 기억의 확장이다. 결국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문서 보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읽히고, 해석되고, 다음 세대의 언어로 다시 쓰일 때 더 멀리 간다.

이 문학상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4·3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과제에서 이제는 기억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증언은 줄어들고, 세대는 바뀌고, 역사 체감은 점점 옅어진다.
그럴수록 문학은 기록과 교육이 닿지 못하는 감정의 영역을 메우는 힘을 갖는다. 누군가의 고통을 숫자가 아니라 숨결로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축사에서 “제주의 슬픔을 생명력으로 치환한 독창적 시선이 4·3의 정의로운 해결에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며 “예술과 문학을 통해 4·3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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