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4개국 개도국 특혜 안돼" 美USTR, WTO 고강도 개혁 요구

파이낸셜뉴스       2026.03.24 18:05   수정 : 2026.03.24 18:04기사원문
"중국 SDT 특혜 포기도 불확실"
정부 "압박보다 개혁 논의 일환"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겨냥한 고강도 개혁 보고서를 공개하며 다자무역 질서 재편 압박에 나섰다. 한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의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WTO 개혁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26~29일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리는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를 앞두고 발표됐다.

보고서는 "현재 WTO가 감독하는 국제무역 질서는 더 이상 옹호될 수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규정하며 기존 체제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미국은 개발도상국 특혜(SDT) 제도를 정조준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나누는 기존 이분법이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가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싱가포르, 브라질, 코스타리카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이들 국가가 SDT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여전히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도국 지위 자체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SDT 적용 기준을 객관화하고, 통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국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촉구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도 병행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SDT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려 WTO 개혁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신호로 평가된다. 각료회의를 앞두고 개혁 의제를 선점하며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2019년 향후 새로운 협상에서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위 자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특혜 적용 범위를 제한한 조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2019년 결정은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기존 지위를 소급해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WTO는 개도국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회원국이 스스로 지위를 선언하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며 "현재 논의는 이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특정 국가에 대한 압박이라기보다 WTO 개혁 논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편 다자무역 체제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각료회의에서 한국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WTO 개혁 논의를 조율하는 핵심 축으로서의 역할도 맡게 됐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핵심 의제인 WTO 개혁 세션의 조정자로서 개혁 논의를 주도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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