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내는 '깡통대출' 급증… 속터지는 은행권

파이낸셜뉴스       2026.03.24 18:07   수정 : 2026.03.24 18:06기사원문
4대은행 무수익여신 21% 늘어
기업은 고환율 여파로 상환력 뚝
고물가 덮친 가계도 연체율 증가
은행권 전반 건전성 관리 경고등
"생산적 금융 어쩌나" 딜레마도

차주가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대출'이 전 은행권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중소기업과 개인의 상환여력이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생산적 금융까지 병행해야 해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4일 각 은행의 2025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무수익여신은 3조8468억원으로 전년(3조1787억원) 대비 21% 급증했다. 2년 전(2조7527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로 해마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거나 부도 업체 등에 내준 대출로 차주가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악성채무를 의미한다. 신용등급열위 여신을 더한 고정이하여신과 달리, 무수익여신은 연체율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신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통한다.

4대 은행 모두 1년 사이 무수익여신이 불어났다. 하나은행은 2024년 말 9909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90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6401억원에서 9384억원으로 47%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은 9231억원에서 9986억원으로 8.2%, 우리은행은 6246억원에서 8194억원으로 31.2% 늘었다. 신한은행은 향후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0.28%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전년 대비 0.04%p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방거점은행의 부담은 더 크다. 지난해 말 지방거점은행 6개사(iM뱅크·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의 무수익여신은 1조7591억원으로 1년 새 36.9% 증가했다.

지방거점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전체 여신 가운데 무수익여신의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건전성 관리가 녹록지 않다.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은 0.24~0.30%인 반면, 지방거점은행은 0.68~1.54%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10개 은행 모두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가리지 않고 무수익여신이 전방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기업대출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말 대비 0.08%p 상승했다. 중소기업(0.82%), 개인사업자대출(0.71%)이 각각 전월 말 대비 0.1%p, 0.08%p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42%) 역시 소폭 올랐다.

최근 중동 사태 여파로 고환율·고유가가 겹치면서 기업들의 상환능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고물가 부담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여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내수 의존도가 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둔화와 금융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경우 은행권의 부실 여신도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방은행은 타격이 더 크다. 생산적 금융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시중은행들이 지방 우량기업의 여신까지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지방은행은 지역 내 부실기업을 떠안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기조로 시중은행들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와 지역 우량기업에 저금리 영업을 펼치면서 대출을 흡수하고 있다"며 "지역 내에서도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어 건전성 관리가 더욱 부담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권에서는 연체율만으로 건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연체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하면 연체율 지표에서는 빠지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연체율보다 실제 부실 징후는 더욱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소폭 개선됐다고 하지만 지표상 허점이 있다"며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연체 채권을 상각하거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장부에서 털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연체율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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