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처럼… 뉴욕증시 가는 하이닉스, 기업 재평가 노린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5 18:21
수정 : 2026.03.25 18:52기사원문
영업익 높지만 PER 현저히 낮아
ADR 상장 발판 저평가 해소 기대
자금력 강화해 AI 주도권 수성도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방식의 미 증시 상장을 통해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퀀텀 점프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바로 이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을 마련했었다.
SK하이닉스 역시, 한국, 미국 동시 상장을 통해 '100조원 규모' 순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신주 발행을 통한 ADR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존 주주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ADR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비공개로 제출했고, 올 하반기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DR 상장은 미국 증시 직접 상장을 대체한 방식이다. 미국 외 지역에서 발행한 원주식을 미국 현지 예탁기관에 수탁하면 해당 기관이 달러 표시 증서를 발행하게 되고, 이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반 미국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이 같은 구조로 미국 증시에 상장해 있다. 과거 SK텔레콤, 포스코홀딩스, KT, 한국전력 등 국내 기업들도 ADR을 통해 미국 증시에 진출한 바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외환위기 전후 외화 조달과 민영화를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했다면,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으로서 기업가치 재평가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업계는 ADR 거래가 본격화될 경우,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마이크론(24조2000억원)을 크게 앞섰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ADR 상장을 계기로 이 같은 저평가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목표를 '2000조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분 희석화, 신주 발행은 반대"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막대한 자금 수요 역시, 미 증시 상장 추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100조원 규모' 순현금 확보를 통해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기존 영업익이나 채권 발행 등으로는 한계가 있어, 미국 시장에서의 자본 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회사가 신규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ADR을 상장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기업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유 중인 자사주를 활용해 ADR을 발행할 수도 있지만, 지난달 자사주 상당수를 소각해 이를 활용한 ADR 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기존 주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발행 주식 수 증가로, 주당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ADR 발행은 찬성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넘치는데 기존주주 입장에서 지분이 희석화되는 신주 발행 방식은 반대"라고 전했다.
곽 사장은 미 증시 상장 필요성을 언급하며, "회사가 목표로 하는 현금 규모가 있는 만큼 자금 조달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순서의 문제"라며 "과거에는 차입금 상환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투자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현금 확보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정원일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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