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 놓고 출근" 公기관부터 에너지 절감 솔선수범

파이낸셜뉴스       2026.03.25 18:27   수정 : 2026.03.25 21:10기사원문
공공부문 차량5부제 첫날 차분
경차 포함·페널티 수준 한층 강화
5대 금융지주·SK·GS·롯데 동참
삼성·LG·한화도 사업장에 10부제
대중교통 열악한 지역 공무원
"동료들과 번갈아 카풀" 자구책

중동발 원유 수급 불안으로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15년 만에 의무화되면서 공직사회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제도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출퇴근 불편을 호소하는 불만 역시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정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차·하이브리드까지 차량5부제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원유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라 이날부터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의무화했다. 이는 자동차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로, 끝자리 1·6번은 월요일, 2·7번은 화요일, 3·8번은 수요일, 4·9번은 목요일, 5·0번은 금요일에 각각 운행이 제한된다. 공공부문 차량 5부제가 시행되는 건 중동발 석유 수급 위기가 불거졌던 지난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간 공공기관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차량 5부제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에너지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지침이 한층 강화됐다. 기존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경차와 하이브리드차도 5부제에 포함됐고, 위반 시 제재 수준도 높아졌다.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지주 등 5대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 롯데는 이날부터 '차량 5부제'를 즉시 도입했다. 삼성은 국내 모든 사업장에서 차량 10부제에 들어간다.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차량 5부제 시행 첫날, 경기·대구·광주 등 주요 지역은 기존 시행 경험과 사전 계도 덕분에 큰 혼선 없이 차분했다. 안산시청 등 일부에서 위반 차량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대구와 제주 등지에선 청사 내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며 차량 감축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났다.

■"솔선수범" vs "출퇴근 지옥"

공직사회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공공부문의 솔선수범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반면, 현실적인 출퇴근 여건을 고려했을 때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A씨(31)는 "5부제 실시로 하루는 지하철과 버스를 여러 차례 갈아타야 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이해보다는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직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일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장애인 사용 자동차, 임산부와 유아 동승 차량, 대중교통 열악 지역 또는 30㎞ 이상 장거리 출퇴근 차량은 예외로 인정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직원들의 경우 출퇴근 불편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경기 외곽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서모씨(31)는 "운전하면 20분이면 도착하던 거리를 이제 버스를 이용해 1시간 넘게 가야 할 상황"이라며 "근무지에서 집이 더 먼 직원들도 많은데, 갑작스럽게 이런 정책이 시행돼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반대 방향으로 오고가는 이모씨(28)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서울처럼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지역이 아닌 곳에서 5부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당장 5부제 적용일에 걸리면 어떻게 출근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인데 별다른 대책도 없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급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직장 동료 간 카풀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박모씨(30)는 "대중교통만으로는 출퇴근이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 직장 동료들과 번갈아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카풀을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필요하지만 '핀셋' 정책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차량 5부제와 같은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책 간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차량 5부제는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함으로써 현재 상황이 위기임을 국민에게 알리는 정책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며 "다만 5부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강제로 낮추는 '최고가격제'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병행되고 있어 정책 취지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연료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기름값 상승에 큰 타격을 받는 업종이나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핀셋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박성현 김원준 이현정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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