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시장 규제의 방향

파이낸셜뉴스       2026.03.25 18:31   수정 : 2026.03.25 18:31기사원문

"가상자산은 이제 단순한 투자수단을 넘어 1113만 일상이 담긴 금융 인프라가 됐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는 가상자산 시장 위상을 수치로 증명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이며, 거래가능 이용자(계정 수)는 1113만에 달한다.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원화마켓)들의 지배구조를 바라보는 금융당국 시선은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조율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의 핵심은 가상자산거래소를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 수준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소유분산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다.

최근 '대주주 지분 상한선 20% 도입·3년간 시행 유예' 등 절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다수 원화마켓이 소수 창업자 및 주주의 자본과 아이디어로 일궈낸 민간기업이란 점을 배제한 담론이다. 게다가 이미 형성된 지분구조를 사후적으로 강제 조정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상 재산권 보호와 소급입법 금지 원칙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마주하고 있다.

물론 국내 주요 원화마켓의 지분구조를 보면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25.5%), 빗썸홀딩스(73%), 코인원(차명훈 대표 53%) 등은 소수 대주주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이를 강제로 분산시킬 경우 과연 누가 해당 지분을 넘겨받을 것이냐는 현실적 난관도 있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제한과 맞물려 결국 거래소의 주인 자리를 기존 금융자본에 넘겨주게 되는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정책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어디에서도 대주주 지분 상한을 법으로 강제한 사례는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분 획일화'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혁신적인 스타트업 탄생을 가로막는 '규제의 덫'이 될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규제의 목적은 시장의 안정과 이용자 보호여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나 책무구조도 도입 같은 행위 규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재산권을 직접 침해하는 소유 규제보다 훨씬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신뢰를 먹고 자라지만, 그 신뢰는 법적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2단계 입법에서 당국이 보여줘야 할 것은 일방적인 '통제'가 아니라 혁신과 책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규제 설계'다. 1113만 투자자들이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li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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