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방어 한계' 日, 원유 선물시장 개입 검토
파이낸셜뉴스
2026.03.26 09:50
수정 : 2026.03.26 11:06기사원문
재무성, 최근 금융기관들에게 원유 시장 개입시 쟁점 정리 요청
유가 상승발 무역적자 확대…엔저 압력 지속
시장 기능 훼손 논쟁…가격 신뢰성 흔들릴 수도
구조적 엔저 요인 여전…근본 처방은 미흡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재무성이 투기적 움직임을 막기 위해 원유 선물시장에 개입하는 이례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6일 보도했다. 엔저를 막을 뚜렷한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가격 변동을 통해 수급을 조정하는 시장의 핵심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무성, 금융기관에 "원유 선물시장 개입 시 쟁점 정리해달라"
현행법상 정부의 원유 선물 개입은 가능하다. 일본 특별회계법 76조는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자금특별회계(외환특회)를 활용해 선물시장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유 선물시장은 외환시장(하루 약 10조달러)에 비해 10~20% 수준이다.
재무성이 원유 선물시장 개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엔화 약세 흐름이 다시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38~159.40엔으로 전거래일 대비 0.25엔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지난 1월 중순 달러당 160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미국 외환당국의 '레이트 체크(rate check)' 소식에 지난 1월 27일 달러당 152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그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원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의 무역적자 확대 우려가 커지자 다시 160엔대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원유 가격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원유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적 움직임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널리 지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무역적자가 확대된다. 이 경우 해외에 지불하는 외화가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엔저를 막을 뚜렷한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이유는 디지털 수지 적자나 일본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확대 등 구조적인 실수요 기반의 엔화 매도 때문"이라며 "무역적자 고착화에 재정 팽창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이처럼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효성 의문..엔화 신뢰 하락·시장 가격기능 왜곡
다만 시장에서는 개입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가 원유 선물 매도 개입을 할 경우 당국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이 시장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방식이 예상된다. 보유 외화를 매각하고 끝나는 달러 매도·엔 매수 개입과 달리 선물 거래는 결제 시점까지 반대 매매로 차액 결제를 하거나 실제 원유를 인도해야 한다.
일본은 중동에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으며 비축유 역시 대부분 중동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유럽·미국산 원유가 거래되는 해외 시장에서 실제 인도를 수행하기는 어려워 결국 반대 매매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마켓리스크 어드바이저리의 니무라 나오히로 공동대표는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실물 없이 선물을 매도하면 되사들이는 과정에서 손실이 확대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격 안정 효과가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정책 비용 문제도 제기된다. 원유 개입에 외환특회의 달러 자금을 사용할 경우 손실이 커지면 통화 방어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엔화 신뢰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현재 원유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로 경제 펀더멘털 이슈에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 가격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매수 측이 가격을 억누르려 하면 매도 측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격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되면 국제 거래의 전제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유사한 논의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최근 미 재무부가 원유 선물시장 개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의 테리 더피 최고경영자(CEO)는 "성경에 나오는 것 같은 파괴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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