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무너졌다"...폭염 속 폭우, 가뭄까지 '복합기후 재난' 현실화

파이낸셜뉴스       2026.03.26 15:07   수정 : 2026.03.26 15:08기사원문
기상청·국가기후위기대응위,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 발간
6월부터 시작된 더위 10월까지...기후 경계 붕괴
국지성 폭우에 1조 피해..짧고 강한 피 일상화
길어진 폭염에 건강-위생 위협 '인권 문제'로
대응 사후→ 예측 전환...복합위기 대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국내에서 산불·폭염·집중호우·가뭄이 한 해에 겹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별로 나뉘던 기후재난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피해 규모와 양상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10만ha를 넘었고, 집중호우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원을 웃돌았다.

폭염은 6월에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지며 계절 경계도 흐려졌다.

서로 다른 유형의 기후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며 우리나라가 ‘복합 기후재난’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상청은 26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공동으로 발간한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가뭄, 집중호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1일부터 26일 사이 전국에서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해 총 10만5084.33ha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축구장 약 14만7100개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당시 평균기온은 14.2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상대습도는 평년보다 약 15%포인트 낮은 데다 강풍까지 겹치며 산불 확산 조건이 형성됐다.

여름철에는 폭염이 길어지고 강도도 강해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6월 말부터 더위가 시작됐고, 7월 이후 티베트고기압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구미(55일), 전주(45일) 등에서는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폭염일수가 나타났고, 10월 중순까지도 30도 안팎의 고온이 이어졌다.

폭염의 영향은 건강과 식품 안전으로까지 확산됐다.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전년 대비 20.4% 증가했고, 사망자는 29명 발생했다. 100명 이상 대형 식중독 발생 건수도 18건으로 늘어나, 최근 수년(8~14건) 대비 증가한 모습이다.

강수 양상도 뚜렷하게 달라졌다. 장마 기간은 짧아진 반면, 비는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가평·서산 등 15개 지점에서는 시간당 100㎜를 넘는 집중호우가 관측됐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 25명과 함께 재산피해 1조1307억원이 발생해 최근 5년 평균의 1.8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광주에서는 하루 426.4㎜의 기록적인 비가 내려 도로 침수와 지하철 운행 중단이 발생했다.

같은 시기 강원 영동지역은 정반대의 상황을 겪었다. 여름철 강수량이 평년의 34.2% 수준에 그치며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1.5%까지 떨어져 제한급수가 시행됐고, 농작물 피해도 158.8ha에 달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유형의 재난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기후변화가 평균 상승을 넘어 ‘극단화’와 ‘동시다발성’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5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4도 상승해 역대 가장 더운 해 상위권에 포함됐다. 최근 3년(2023~2025년)이 모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대응 체계를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측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산불은 인공지능 기반 위험예보와 확산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홍수 대응을 위해 수위관측소를 933개에서 2030년까지 1191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 유량관측시설’도 101개에서 579개로 늘리고, 폭염에 대해서는 온열질환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에서는 개별 재난 중심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 충격이 산림·농업·도시 인프라·건강으로 연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2025년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 종합적인 기후재난에 직면하게 되었고 기후변화로 그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미래 기후위기를 체계적으로 감시.예측하여 실효성 있는 국가적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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