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오판이 키운 전쟁, 세계경제 포화 속으로… 나프타 대란 등 취약점 드러난 한국, 플랜B·C 구체화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3.26 18:21   수정 : 2026.03.26 18:29기사원문
대담 = 노동일 주필
전쟁 길어지면 석화산업 원료 부족해져
우리경제 고유가·물가상승 상황 넘어
포장지 없어 마트에 라면 사라질 수도
에너지 수급체계 당장 바꾸진 못해도
위기때 선택할수 있는 대안 넓혀놓고
'한국 버틸수 있다' 긍정적 메시지 내놓길
사드 등 빠지면서 안보공백도 우려
자주국방 좋지만 현실적으로 한계 뚜렷
방위산업 확대·국방체계 전환 등 필요

미국·이란 전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대한민국의 에너지 수급체계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 경제적 피해는 단순한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셧다운' 위기로 이어진다.

일상용품에 필수적인 나프타의 공급 차질로 인해 관련 공장들은 조업중단이 가시화되고 생필품 대란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국가경제가 멈추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보공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 배치됐던 패트리어트와 사드(THAAD) 등 핵심 방어자산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며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의 안보공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중동 전쟁은 대한민국에 '강 건너 불'이 아닌, 에너지·경제·안보가 얽힌 복합적 생존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오일쇼크 당시보다 대외 의존도가 높아진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은 곧 국가 경쟁력 상실을 의미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4일 남성욱 숙명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과 이번 사태의 본질적 위험을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모색하는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에너지 수급체계의 전면적 재검토를 제언했다. 호르무즈해협에 편중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위기 상황에서 즉각 가동할 수 있는 '플랜B'와 '플랜C'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미국의 전략 변화에 대응, 독자적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문분야의 관점에서 이번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성일광=중동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전쟁은 지난 2023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사건의 나비효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벌어졌고,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5~10년 전 중동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난 거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전쟁으로 이란의 국력은 약해졌고,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패권 국가가 되고 있다.

▲주원=경제적 논리로만 보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란에 가해지는 경제제재 때문에 이란의 원유 공급 비중은 상당히 축소된 상태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거라는 생각까진 못했던 것 같다.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인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하면 오는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남성욱=1920년대 블라디미르 레닌 정부에서 외교장관을 지냈던 소련의 레온 트로츠키는 "나는 전쟁에 관심이 없는데 전쟁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전쟁을 싫어했다. 지난해 말부터 발표된 미국의 안보전략에서는 꾸준하게 '미국은 서반구에 집중하겠다. 동맹국은 이제 알아서 살아가라'라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난데없이 중동에서 전쟁이 일어난 거다. 이란에서 450㎏의 고농축 우라늄을 찾겠다고 폭탄을 하루에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정도를 쏟아붓는 전쟁을 하고 있다. 이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논리와는 하나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 트럼프가 이 부분을 간과한 것 같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결단에 이번 전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보와 분석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핵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란 신정체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이란에 민주주의 국가가 들어서게 하면 중동의 평화도 확보하고, 미국과 이란의 관계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쟁 이후 이란의 길거리에 신정체제를 반대하는 시위가 생기질 못한다. 시위나 봉기는커녕 오히려 이란 지도부에 순교 서사가 생겨서 지도부와 국민 사이에 일치감이 생기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사드가 이 부분을 잘못 판단했다. 그래서 현재는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지지도가 30%대까지 떨어졌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로 동정받던 유대인(이스라엘)들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살상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게 미국의 상당한 여론을 차지하고 있다.

▲성=어떤 학자는 "미국이 이란의 DNA를 잘못 이해했다"고 말한다. 이란의 DNA는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국가와 다르다. 신정 독재국가이지만, 다른 독재국가와 다르게 최고지도자만 제거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허술한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이미 지난해 6월에 벌어진 12일 전쟁 동안 이란은 학습했다. 그때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많은 지휘관들이 한꺼번에 제거됐다. 그래서 대행과 후계구도를 다 만들어놨다. 이번 전쟁 초기에 이란의 고위급 인사 40여명이 제거됐지만, 다음 계승자들이 곧바로 자리를 잡았고 혁명수비대도 공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각 지방의 미사일부대들이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침이 내려왔다. 중앙지휘부의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중앙지휘부가 지휘체계를 잃더라도 알아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쉽게 무너질 국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래서 혁명수비대와 최고지도자, 지도부만 제거하면 이란은 금방 무너지고 항복할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 상황은 지속되고, 이란은 꿋꿋이 버티고 있다.

 

―전쟁 초기부터 '에너지 도미넌스(에너지 패권)'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베네수엘라에서 중국으로 가는 원유를 차단했다. 이번에 이란을 공격해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이번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어떻게 생각하나.

▲성=결과적으로는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현재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나가는 중국 유조선을 막지는 않았다. 유가가 계속 올라가는데 중국 유조선까지 막아버리면 유가를 잡지 못한다고 보고 놔줬다. 지금의 전쟁은 중국에만 치명타가 아니고 전 세계의 문제다. 그렇게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부터 중국을 겨냥해서 전쟁을 일으켰다고 보기 힘들다. 이 문제는 철저히 이란과 미국 간의 문제였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문제였다는 이야기다.

▲남=미국은 국가안보·국방 전략에 중국을 지칭해 명백하게 '경쟁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말 예정이었던 중국 방문을 연기하지 않았나. 흥미로운 건 중국이 올해 1~2월 대미무역에서 2000억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 중국을 견제하려고 미국이 하루에 10억달러가 드는 전쟁을 수행한다는 논리는 중동을 너무 미중 관계로만 바라보는 거다. 백악관에서는 '2주만 있으면 이란이 핵탄두를 완성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문자들이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왜 그렇게 싫어하나. 이스라엘은 이란을 어떻게 바라보나.

▲성=두려워한다고 봐야 한다. 첫 번째 이유는 핵무기다.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사실상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유일한 핵무기 국가로서 가질 수 있는 지배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두 번째는 저항의 축이다. 이란의 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헤즈볼라, 하마스, 시리아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해 왔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연대를 '저항의 축'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이란 문어의 머리를 놔둬선 안 됐다. 세 번째는 탄도미사일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핵시설이 있는 남부 지역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져서 건물들이 파괴되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탄도미사일 하나에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비축량이 5000기까지 가면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비축량을 2000기 밑으로 내려야 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과 계속 전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란 주변국에선 군사적 행동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확전될 가능성도 있나.

▲성=그렇다. 사우디와 UAE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우리도 미국과 함께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는 이란이 주변 나라들을 너무 공격했기 때문이다. UAE 같은 경우는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란에서 가장 가깝고, 유전도 많고 미군 부대도 많다. 특히 UAE는 2020년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어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관계가 좋은 나라여서 공격하기 쉬운 고리이기도 하다. 사우디도 탄도미사일로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도 여러 차례 "계속 이러면 우리도 군사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란은 개의치 않고 계속 공격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두 국가가 참전한다면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이란·아랍 전쟁으로, 중동 지역 전체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남=하지만 전쟁이 오래가기는 힘들 거다. 이스라엘의 방공망도 뚫리고 있다. 방공망이 촘촘하게 있지만 24시간 계속 막을 순 없고, 요격미사일 재고도 떨어진다. 다만 먼저 휴전을 요청했다는 뉴스는 절대 나오지 않을 거다. 본인들이 갑이 돼야지 을이 되는 협상은 양측 모두 할 생각이 없다. 서로의 전력이 어느 정도 소진돼야 협상도 물꼬가 트일 거라고 본다.

―마두로가 제거된 베네수엘라처럼 전쟁 이후 이란에 친미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없나.

▲성=친미정권이 들어서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계속 반미, 반서방, 반이스라엘 정권을 유지해 오면서 미국을 큰 사탄, 이스라엘은 작은 사탄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런데 전쟁 이후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 2.0'으로 진화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 전문가들은 현재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죽기 전의 이란과 알리 하메네이가 죽은 이후의 이란은 다른 이란"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알리 하메네이는 강경파가 아니다. 오바마와 핵협상을 체결한 사람이지 않나. 알리 하메네이 같은 사람은 제거해선 안 됐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뒤에는 핵개발을 계속 추진하자는 강경파 혁명수비대가 있다. 현재 이란은 오히려 핵개발에 더 강경한 혁명수비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재 이란에 핵협상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대화가 통하는 협상파가 실권을 잡는 걸 희망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는 인물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인데, 갈리바프가 협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혁명수비대 사령관 출신의 강경파이다.

―전쟁이 당장 끝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주='유가가 오르고, 그에 따라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문제는 유가 상승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갖는 경제적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동안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된 적은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끊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프타를 예로 들어보자. 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원료로 의약품, 플라스틱, 타이어, 심지어 라면 봉지 등 일상용품의 포장재 생산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이 한 달만 더 지속되면 마트에 물건이 올라오지 못한다. 포장지를 나프타로 만드는 데 포장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물가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셧다운의 문제가 된다. 미국처럼 석유가 많이 생산되는 나라는 셧다운되지 않는다. 하지만 석유 수급에 차질을 빚는 나라들은 셧다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남=이란이 미국의 약한 고리를 파악한 것 같다. 미국은 석유와 셰일가스가 넉넉해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을 묶으면 누군가는 고통을 받을 것이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될 거라고 이란은 보고 있다.

―중동의 다른 나라들도 포격의 피해를 입으면서 석유·가스 시설이 파괴되기도 했다. 카타르는 공격받은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복구하려면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후유증은 남아있을 것 같다.

▲주=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이 멈췄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원유 생산이 한번 멈추면 다시 생산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 발생 전에 워낙 저유가여서 카타르가 '복구기간 5년'을 이야기한 건 약간의 과장이 들어갔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오늘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곧바로 진정되진 않을 가능성이 있다.

―비축유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우리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보나.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물가와 환율에 상당 기간 영향을 줄 거라고 예상하나.

▲주=일단 LNG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LNG는 연말까지 비축량이 있다고 하고, LNG 수입은 호주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기도 하다. 혹시 화력발전에 LNG가 추가로 필요할 경우 정부에서는 원자력으로 공급량을 맞추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스 요금은 가스공사에서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산업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 가스 때문에 한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원유 비축량은 2억배럴 조금 안 되는 정도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하루에 300만배럴 정도 소비하기 때문에 7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그런데 이건 최대로 잡았을 때이다. 정부 비축유가 1억배럴 정도 되는데, 이건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2~3개월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앞서 말한 나프타이다. 마트에서 사는 농산물도 비닐 포장으로 나오지 않나. 나프타가 고갈되면 식량 같은 생필품을 구하지 못한다. 우리의 생존,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다. 나프타는 국내에서 절반 정도를 생산하고 절반을 수입했는데, 그 상당량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업계에서는 한두 달 정도를 최대치로 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나프타가 고갈되면 위험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어서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업계에서 나오는 우려가 맞는 것 같다.

―이번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중동 의존도를 낮출 방안은.

▲주=호르무즈해협이라는 좁은 해협이 우리나라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 오일쇼크 등을 겪고 나서도 우리는 중동 의존도를 제대로 낮추지 못했다. 사실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 미국에서도 원유의 10% 정도를 수입하지만, 비중이 10년 동안 늘지 않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미국보다 정제하기 쉬워서 그렇다. 결국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도 우리나라에선 너무 비싸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자' '재생에너지를 키우자'고 이야기는 나오겠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

▲남=우리가 일본의 국력을 과소평가하지만, 일본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어 이란에 비자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나라가 아주 소수인데, 그중 하나가 일본이라고 한다. 2013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테헤란을 방문해서 회담할 정도였다. 일본도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중동 외교를 거기에 맞춰 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 외교는 미국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좋으면 우리도 좋아졌다가,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나빠지면 우리도 함께 나빠진다. 국력 차원에서 볼 수 있겠지만, 독자외교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외교력도 참고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에 있던 패트리어트와 사드 등이 중동으로 이동했다.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남=사드는 150㎞ 이상의 영공을 커버하고 패트리어트는 40㎞ 이하의 영공을 책임지는데, 이번 사태로 우리 안보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현재 주장하는 건 '북한 방어는 한국이 책임져라'이다. 방위비를 10배 이상 늘리라고 이야기할 정도 아닌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결국 미국과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도 걸려 있어서 안보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 자주국방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세계에서 혼자 지킬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특히 자주국방은 재래식 무기에 한정된 거다. 결국은 싫으나 좋으나 핵우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한미 동맹으로 가야 되는데, 지금 정세가 흔들리고 있어서 걱정이다. 또한 방위산업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우리가 '천궁' 같은 방공미사일을 갖고 있지만, 천궁과 사드가 막는 방어망은 따로 있다. 이런 것도 염두에 두고 방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드론이 없는 전쟁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국방체계를 바꿔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중동 전쟁을 겪으면서 외교·안보·경제·에너지 문제가 따로 갈 수 없는 하나의 문제라는 걸 느낀다. 우리는 이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남=당장의 에너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의 동참이 필요하다.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로 굉장히 높은 편이다. 국민들이 이번 기회로 에너지 절약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국제정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먼 나라의 국제적인 위기도 모두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성=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하는 우리의 에너지 수급체계를 쉽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위기 시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플랜B뿐 아니라 플랜C까지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외교력도 이번에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 외교부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적은 예산으로 잘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우리 의회나 청와대 차원에서 외교부 인력을 늘리고 예산도 더 확충해야 한다. 특히 중동 지역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을 감안해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주=올해 3월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4p 하락한 -16.3을 기록, 2023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7.0으로 1월(112.1)보다 5.1p 떨어졌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얼어붙지 않도록 긍정적인 메시지 전달에 집중해야 한다.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고, '한국은 버틸 수 있다'며 국민의 용기를 복돋아 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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