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세탁' 범죄수익도 결국 몰수·추징... "회수 넘어 진정한 피해회복 이끄는 길"

파이낸셜뉴스       2026.03.26 18:38   수정 : 2026.03.26 18:37기사원문
김수미 서울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장
6년 전에는 몰수만 가능했지만
법 바뀌어 추징보전 권한도 생겨
"처벌로 끝 아니다란 경각심 줘야"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이 끝이 아니라 범죄로 얻은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김수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 범죄수익추적수사팀장(경감·사진)은 26일 "범죄수익을 제때 보전하지 못하면 피해자에게 돌아갈 돈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만큼 국민 삶의 회복을 위해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은 피의자 계좌 분석 등을 통해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담당하는 팀이다.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이란 재판에서 몰수나 추징이 선고될 가능성에 대비해 판결 전까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둠으로써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조치다.

김 팀장은 "수사부터 재판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범죄자가 추징·몰수 대상 재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은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수사를 인지한 범죄자들도 재산을 빼돌리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있어 재산의 이동 내역과 흐름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범죄수익 보전 조치는 2020년 6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당초 경찰은 범죄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강제로 박탈하는 몰수 권한에만 그쳤으나, 법 개정 이후 몰수가 어려운 경우 그 가액을 납부시키는 추징보전 권한까지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주무 수사팀으로부터 특정 피의자에 대한 범죄수익 추적 수사 지원 요청을 받으면 수사 서류를 검토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재산 내역을 확인한다. 이후 수사 경과를 토대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면 검찰에 추징보전 또는 몰수·부대보전 신청을 한다. 검찰의 청구를 거쳐 법원이 결정하면 결정문이 송달되고, 이후 검찰이 집행문에 따라 피의자 계좌 동결 등의 조치를 하게 된다. 그러나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몰수나 추징을 위해선 수익금을 산정해야 하는데, 이른바 'N차 계좌'를 활용해 자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김 팀장이 회계나 세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팀장은 "자금이 단일 계좌에 머무르지 않고 1차 계좌를 거쳐 다른 계좌로 분산된 뒤 상품권 구매 등으로 계속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물론 공범이 다수일 경우 각자의 역할과 수익 분배 구조까지 확인해야 해 수사가 까다롭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려고 하는 건 단순한 회수를 넘어 범죄 억제와 피해 회복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범죄수익의 몰수·추징보전을 통해 국민의 피해 회복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범행 동기 자체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며 "범죄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끝까지 환수함으로써 '범죄를 저질러도 결국 이익을 남길 수 없다'는 인식을 남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외 몰수·추징보전 사례를 연구해 현재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고 싶다"며 "아직 일부 법률에서 미비한 부분이 있는 만큼 개선을 건의하고, 유관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범죄로 얻은 이익은 끝까지 환수한다는 인식을 확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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