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출생아 증가, 낙관 말고 인구 개혁 지속해야

파이낸셜뉴스       2026.03.26 18:43   수정 : 2026.03.26 19:18기사원문
일시적 수치 반등에 안주는 안 돼
저출생·고령화 대책 고삐 더 좨야

오랜 저출생의 터널 끝에서 반가운 빛줄기가 감지된다. 올해 1월 출생아 수가 2만6916명으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도 0.99명으로 1.0명에 근접했다.

결혼 건수도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전반적인 상승 흐름에 힘입어 인구 자연감소 폭도 4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다시 늘어나는 '골든크로스'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그러나 지금의 반등 무드를 놓고 저출생 위기의 반전이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출생아 증가의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미뤄졌던 결혼이 뒤늦게 몰리는 이연 효과가 작용한 점이 있다. 아울러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0~1996년생)가 주 출산 연령대인 30대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인구학적 사이클이 반영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지금의 반등은 구조적 변화의 산물이라 보기 어렵다. 특수한 시기가 겹쳐 만들어진 일시적 변화일 가능성이 있다.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역사적 선례를 살펴봐도 낙관은 섣부르다. 저출생 문제를 먼저 겪은 유럽 국가들이 출산율 U자형 회복 곡선을 그리는 데 수십년이 걸렸다.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도 일·가정 양립 제도, 출산·육아 지원, 사회 문화적 인식 변화를 수십년간 겪었다. 단기적인 수치 개선에 고무돼 정책 투자를 소홀히 한 나라들은 다시 하락의 늪으로 빠졌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주거 비용 부담, 경쟁적 교육 환경, 성별 임금 격차, 돌봄의 사회화 미흡 등 출산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높다. 숫자상의 변화는 나타났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한 환경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출생아 수의 그래프가 올랐다고 청년들의 삶이 아이를 낳기에 나아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반등 현상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반등에 기댄 방심이다. 출생아 수가 한두 해 늘었다고 저출생 정책의 고삐를 늦추거나 방심하는 건 금물이다. 물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합계출산율 상승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육아휴직의 실질적 사용률을 높이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 되도록 제도를 더욱 두텁게 보강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저출생 지원책들의 효과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이 저출생과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오명은 여전하다.
출생아가 늘어도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다면 사회 전반의 인구구조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 해소를 위한 정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어 반등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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