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번역한 모리스 "제주어 번역 어려워…한강 매력은"
뉴스1
2026.03.27 18:40
수정 : 2026.03.27 18:40기사원문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한강(56)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로 26일(현지 시각)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어 원작 소설이 이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상의 배경에는 공동 번역가 이예원과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의 노력이 있었다.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저의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영어로 '작별하지 않는다'가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두 번역가인 이예원 님과 페이지 모리스 님의 놀라운 연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페이지 아니야 모리스(31)는 27일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주도 방언을 영어로 옮기는 과정이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그에게 이 작품을 번역하게 된 계기와 한강 작품의 매력 등에 관해 물었다. 모리스는 유창한 한국어로 답했다.
-한강 작가의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소식 듣고 어땠나.
▶영어권 독자와 비평가들이 한국 문학 작품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감상해 주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상은 한국 문학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번역가로서 제 작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문학 번역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이렇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에 더욱 큰 영광으로 느껴졌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하게 된 계기는.
▶한강 작가의 오랜 번역가였던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가 번역 산업을 떠나게 되면서, 한강의 작품을 새롭게 번역할 번역가로 제 공동 번역가인 이예원 번역가를 추천해 주었다. 이예원 번역가와 저는 이전에 박경리 작가의 단편소설집 '불신시대' 영어 번역에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번역 스타일이 매우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인연을 계기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번역하게 됐다.
-이예원 번역가와 역할 분담은 어떻게 했나.
▶작업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소설의 13개 챕터를 각각 6.5개 챕터씩 나누어 번역했다. 각자 초벌 번역을 진행한 뒤에는 서로의 번역문을 한 챕터씩 교환하며 교정 작업을 진행했다. 초안이 완성된 이후에는 공동 문서를 통해 전체 원고를 함께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번역문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다듬었다. 작업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우리 두 번역가의 문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어떤 부분이 누구의 번역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번역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과 폭력의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일부 장면을 번역하는 과정은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제주어 표현들을 번역하는 일이 특히 어려웠다. 해당 구절들의 정확한 의미와 특유의 어조를 이해하고 전달하기 위해 제주어 사전이나 문법 자료 등 다양한 참고 자료를 찾아보며 번역했다.
-희열을 느낀 순간도 궁금하다.
▶번역문을 여러 차례 다시 읽으며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번역문을 읽다가 원문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한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그때 완벽한 표현을 잘 찾아냈다는 확신이 든다. 그런 순간들이 번역가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한강 작품의 매력은 뭘까.
▶한강 작가는 '인간성'과 같이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문체만큼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듯 한강은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음악 작업과 시각 예술 등 다양한 예술 활동도 이어 왔다. 이런 예술적 감수성은 소설 속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때로는 시처럼 느껴지는 문장, 음악적인 리듬을 지닌 문체, 그리고 영화적이며 인상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독특한 서사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런 점이 한강 작품만의 큰 매력이라고 본다.
-현재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기 위한 기초적인 글쓰기 역량과 문학에 대한 지식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뿐 아니라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인도, 영국, 미국, 불가리아, 조지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왔다. 저도 문예창작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훈련이 문학 작품의 작동 방식과 번역 과정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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