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끝났다?" 구글 ‘터보퀀트’의 역설..."결국 AI가 모든 것 휩쓴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9 05:00   수정 : 2026.03.29 05:00기사원문
'AI 메모리 6배 압축' 터보퀀트, 반도체주 강타
"저렴해진 메모리, AI 수요 폭발적으로 늘릴 것"



[파이낸셜뉴스] 지난 한 주, '터보퀀트(TurboQuant)'라는 단어 하나가 국내외 반도체 주식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구글이 터보퀀트를 공개한 지난 25일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전 거래일 대비 0.22% 떨어진 17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고 SK하이닉스도 2.79% 하락한 92만2000원을 기록했다.

각각 4.71%, 6.23%씩 하락했던 전날(26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을 줄인 채 거래를 마친 셈이다.

장 초반 패닉 셀링이 이어지며 코스피 5300선도 무너졌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2조원 넘게 사들이며 지수 하락을 막아낸 덕분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발전소 공격 시한 유예 발표가 더해져 결국 코스피는 5438.87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2월 이후 51조 4557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삼성전자(15조5586억원)와 SK하이닉스(6조3193억원)가 72%를 차지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8.90%로 2013년 10월 이후 1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터보퀀트의 등장, 왜 주가에 영향 미쳤나


이러한 배경에는 터보퀀트의 등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터보퀀트는 AI 모델의 효율성을 높여 메모리 사용량을 낮추는 기술이다.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일종의 '임시 메모리'인 KV캐시(Key-Value Cache)를 성능 저하 없이 압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모리 사용량은 최소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최대 8배까지 올릴 수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 등과 대화를 길게 나눌수록, AI는 앞선 대화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메모리를 사용하게 된다. 이 '기억 공간'이 바로 KV캐시이며, 700억 파라미터 규모의 LLM을 512명이 동시에 사용하면 KV캐시만으로 512GB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터보퀀트는 이 공간을 수학적으로 압축해 같은 메모리로 훨씬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만큼, 메모리 수요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반도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개발진에 한국인이?…한인수 KAIST 교수 핵심 기여


구글의 아미르 잔디에와 바하브 미로크니를 비롯한 터보퀀트 한인수 KAIST 교수가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한 교수는 터보퀀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QJL(Quantized Johnson-Lindenstrauss)과 폴라퀀트 연구에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한 교수는 2010년 카이스트 학사 과정에 입학한 후 2021년 카이스트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2024년 9월 카이스트 조교수로 임용됐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머신러닝, 정보이론 및 부호화 분야이며, 이후 작년 7월부터 구글 리서치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AI 모델의 성능이 커질수록 메모리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병목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터보퀀트는 위기인가 기회인가"…증권가 엇갈린 시각


한 교수는 "AI가 고용량 중심에서 고효율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AI는 더 저렴해지고 빠르게 확산하는 동시에 반도체 수요 역시 질적으로 고도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뉴시스에 "추론 비용이 정말 낮아진다면, 지금까지 비용 때문에 못 쓰던 응용 작업에 절약한 메모리를 사용하게 돼 메모리 수요가 더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 역시 '제번스의 역설'에 근거해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번스의 역설이란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관찰한 현상으로, 생산 효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낮아지고 그 결과 수요가 오히려 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이론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역시 "터보퀀트 기술로 추론 비용이 하락하면 AI 대중화가 빨라져 메모리 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촉매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장기적 호재"라고 분석했다.

다만 반론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사태의 주가 충격은 1개월도 가지 않았고 이후 AI 수요 전망이 강화됐다"면서도 "터보퀀트 사태가 딥시크의 주가 경로를 재현할지,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할지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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