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일론 머스크한테 전세금 맡겼어?"... 새벽 2시 '테슬라'에 갇힌 아빠들

파이낸셜뉴스       2026.03.29 09:00   수정 : 2026.03.29 10:17기사원문
우주선 타려다 지하실 갇혔다… 200일선 무너진 서학개미의 새벽
이란 전쟁의 여파... 26년 1분기 차량 인도량도 전년 대비 16% 급감
방송인 지석진 "410달러에 들어가서 완전 마이너스"
"대파 1000원은 아끼면서"… 일론 머스크 우주선 스폰서 된 남편들
학원비·집값에 등 떠밀렸다… 파란 계좌 안고 버티는 '화성행'





[파이낸셜뉴스] "여보, 안 자고 뭐해? 지금 새벽 2시야."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던 아내의 물음에 어둠 속 소파에 앉아있던 직장인 A씨(43)의 어깨가 흠칫 놀랐다.

그의 얼굴을 비추는 스마트폰 화면에는 시퍼런 숫자와 꺾여버린 차트가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미국 주식 앱이다.

아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여보, 우리가 테슬라 본사 지분이라도 인수했어? 왜 밤마다 일론 머스크 얼굴을 보면서 잠을 못 자?"

우스갯소리 같지만, 이는 2026년 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3040 가장들의 스마트폰 불빛이 만들어낸 웃픈 새벽 풍경이다.

8화에서는 월급쟁이의 팍팍한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서학개미'가 되어버린 아빠들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그들을 덮친 냉혹한 시장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 200일선 붕괴에 이란 전쟁까지... 온몸으로 맞는 '파란불'의 공포

A씨가 새벽잠을 설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 부동의 1위는 단연 테슬라다. 3040 남성들에게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같은 미국 기술주들은 단순한 주식이 아니라 인생 역전을 위한 '국민 포트폴리오'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계좌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3월 28일 기준 테슬라의 주가는 361달러 선. 다른 빅테크에 비해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다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포 그 자체다.

기술적 지표인 200일 이동평균선은 한참 전에 뚫렸고, 주가의 바닥을 가늠하는 볼린저 밴드 하단마저 붕괴됐다.

매수 심리를 보여주는 RSI(상대강도지수)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여기에 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악재를 온몸으로 두드려 맞으며 나스닥 전체가 흔들리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월가에서 추산한 테슬라의 1분기 차량 인도량은 전년 대비 16%나 급감한 36만 7000 대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방송인 지석진조차 한 예능 프로에 나와 "410달러에 들어갔는데 완전히 마이너스다"라며 처참한 수익률을 고백했을 정도로, 서학개미들의 비명은 사회 전반에 울려 퍼지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2021년 고점에서 진입하고 가만히 있을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일 정도로 최근 5년간 수익률이 다른 빅테크에 비해서 아쉽다.



◇ 아내의 항변: "대파 1천 원엔 벌벌 떨면서, 미국장에선 억만장자 스폰서야?"

이 눈물겨운 사투를 지켜보는 아내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평소 점심값 만 원을 아끼려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남편이, 밤만 되면 과감하게 수백, 수천만 원을 태평양 건너에 베팅하기 때문이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C씨(39)는 분통을 터뜨렸다.

"마트 가서 대파 1000 원 비싸면 들었다 놨다 하면서, 미국 주식 창에서는 하룻밤 새 내 한 달 생활비가 날아갔는데도 '장기 투자'라며 정신 승리를 하더라고요. 나한테 명품백 하나 사준 적 없으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미국 억만장자 우주선 쏘아 올리는 데 왜 우리 집 돈을 보태주는 건가요?"

C씨의 지적처럼, 아직 실체 없는 '미래 가치'에 베팅하느라 당장의 현실을 희생하는 남편들의 모습은 아내들에겐 도박장 앞의 철없는 소년처럼 보일 뿐이다.





◇ 희망 고문: 스페이스X와 테라팹... "그래도 이 동아줄은 못 놓는다"

그렇다면 가장들은 왜 손절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걸까. 바로 머스크가 던지는 '희망의 끈'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약 750억 달러 조달 예상)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스페이스X가 대박을 터트리면 자매회사인 테슬라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특히 머스크가 스페이스X 공모주의 30%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테슬라 지분의 40%를 쥐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자급화를 선언한 '테라팹'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며, 3040 가장들은 여전히 '텐배거(10배 수익)'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월급은 쥐꼬리만큼 오르는데, 서울 아파트값과 아이 사교육비는 로켓처럼 솟구치는 현실. 꼬박꼬박 적금을 부어서는 노후 대비조차 불가능하다는 뼈저린 계산표가 그들을 주식 시장으로 등 떠밀었다.


오늘도 A씨는 충혈된 눈을 비비며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비록 어젯밤 계좌는 파랗게 멍들었지만, 그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한다.

"여보, 5년만 기다려봐. 우리 아들내미 초등학교 졸업할 땐 내 주식이 꼭 화성으로 데려다줄 거야."

태평양 너머의 널뛰는 숫자들에 울고 웃으면서도 결국엔 묵묵히 내일을 향해 버티는 힘. 그것은 헛된 탐욕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3040 가장들의 가장 무거운 책임감일 것이다. 그들의 조용한 사투를 응원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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