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원생 87% "창업 필요"...실제 선택은 10명 중 1명 그쳐
파이낸셜뉴스
2026.03.30 06:00
수정 : 2026.03.30 06:00기사원문
안정적 진로 선호 뚜렷
실패 리스크가 최대 장벽
[파이낸셜뉴스] 국내 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창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진로로는 안정적인 연구직이나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 기업가정신발전소는 30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4대 과학기술원 대학(원)생 창업 실태 및 촉진 요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3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희망 진로는 '학계·연구기관'이 39.4%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 취업 25.5% △전문직 18.9% 등이 뒤를 이었다. 창업은 주요 진로 선택지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머물렀다.
창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리스크 부담'이었다. 창업을 고려하지 않는 응답자들은 '실패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부담'(28.3%)과 '안정적 취업 기회 포기 부담'(26.4%)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실패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6.4%는 창업 실패가 향후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는 응답은 23.2%에 그쳤다.
김민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과기원생들은 안정적인 커리어 경로가 열려 있다고 인식하는 만큼 창업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을 크게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를 경험 축적이 아닌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창업 교육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실제 경험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6%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관련 교육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40.1%에 그쳤다.
교육 수요는 실전 중심으로 나타났다. '사업화·투자유치' 교육이 35.9%로 가장 높았고, △아이디어 발상 및 문제 해결 29.6% △창업팀 구성 및 인력 관리 19.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창업 경험자와의 접촉은 창업 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에 창업 경험자가 있다는 응답자는 28.8%였으며 이 중 55.2%는 창업 의지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지상철 고려대 세종창업지원센터장은 "선배 창업 사례가 공유될수록 학생들이 창업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인식하게 된다"며 "실패를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기업가정신발전소장은 "기술 인재의 창업 회피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의 문제"라며 "실패 이후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2월 5일까지 국내 4대 과학기술원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활용한 대면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5.64%포인트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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