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모두 돌려줬다고?… 檢 보완수사권으로 또 한 건 했다

파이낸셜뉴스       2026.03.29 18:43   수정 : 2026.03.29 18:42기사원문
(1)박달재 검사
작년 4분기 보완수사 우수 사례
고성군 의회 뇌물수수 사건 규명
휴대전화 압수수색·포렌식 진행
증거인멸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
"직접 보완수사 절제 필요성 공감
실체적 진실 밝힐 최소한 유지를"

강원도 고성의 한 군의회에서 벌어진 금품 수수 의혹이 '영득의 의사(자기 소유로 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경찰의 판단 아래 묻히려던 찰나, 사건을 넘겨받은 한 저연차 검사의 집요한 의문이 수사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단순히 기록을 넘겨보는 수준이 아니라, 휴대전화 포렌식과 직접 보완수사로 은폐된 현금 살포와 증거인멸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다. 주인공은 박달재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0회). 수사에서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임관했다는 6년차 검사의 이러한 공로를 대검찰청도 인정해 지난해 4·4분기 '우수 보완수사 사례'로 선정했다.

■얇은 기록 속 '200만원' 포착

'고성군 의회 사건'은 지난 2024년 7월 제9대 고성군 의회 하반기 의장에 당선되기 위해 군의원 A씨가 나머지 군의원 2명에게 현금과 주류 등 금품을 공여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A씨는 불구속 송치, 수수자 2명은 '영득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송치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수수자 2명이 금품을 받은 바로 다음날 반환했다는 점을 '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박 검사가 A씨 사건을 넘겨받은 시점은 의장 선거 8개월 뒤였다. 기록조차 굉장히 얇은 상태였다. 하지만 박 검사는 공여자만 처벌하겠다는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판례상 뇌물 반환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반환하지 않다가, 공여자의 요청으로 반환했다면 사실상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박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하면서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포렌식 등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최초 송치 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현금 200만원을 전달한 증거를 찾아냈다. '뇌물이 아니'라고 수수자가 항변했지만 박 검사의 끈질긴 수사에 진실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박 검사는 A의원의 증거인멸 혐의를 추가로 발견해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A의원이 같은해 9월 다른 의원에게 90만원을 전달한 뒤 수사가 시작되자, 대화내역과 금품 사진 등이 저장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결국 A의원과 수수자 1명은 구속됐다. 2번의 보완수사 요구와 1번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달성한 성과였다. 20일의 구속기간 동안 꼬박 밤낮과 주말 없이 수사관들, 실무관들과 협업한 덕분이었다고 박 검사는 공을 돌렸다.

■실체적 진실 '규명'의 최후 보루

박 검사는 이번 사건 해결의 핵심 동력으로 '보완수사권'의 작동을 꼽았다. 검찰청 폐지 논의와 인력 이탈로 일선 검사들이 월평균 150~200건의 사건을 감당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가려낼 최소한의 장치는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직접 보완수사를 절제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 권한이 사라지면 국민의 권리구제 기능이 마비되거나 진실이 은폐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에서 묘사되는 검경의 대립 구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검사는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법정 유죄로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뿐"이라며 "담당 경찰과의 소통을 통해 일방적 요구가 아닌 협력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역시 검찰의 면밀한 검토와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불송치 결정으로 끝났을 사안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검사로서 "죄지은 것 이상으로 처벌받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고 했다.
억울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피의자 역시 과잉 처벌받지 않도록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다.

대검 우수사례 선정의 영광은 현장의 동료들에게 돌렸다. 박 검사는 "우수사례 선정 이후 스스로의 수사 과정을 겸허히 돌아보게 됐다"며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검찰 동료들과 수사관, 실무관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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