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면 무뎌지는 '제재 칼날'… 작년 금융당국 승소율 41%
파이낸셜뉴스
2026.03.29 19:19
수정 : 2026.03.29 19:18기사원문
3년간 소취 등 뺀 '승소' 절반 그쳐
DLF 사태 금융회장 중징계 등 패소
금융권 '불복' 움직임은 더 확산
수위 낮은 제재에도 소송 잇따라
■금융당국 '절반만 승소'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종결된 사건 가운데 일부승소나 소취하 등을 제외하고 '승소'만 집계한 결과 금융위의 승률은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입장에서 특히 아픈 사건이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된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회장의 중징계 취소 소송이다. 손태승 전 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에 문책경고 처분을 내린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1심, 2심, 3심 모두 승리했다. 이후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징계를 받으며 연임 도전은 포기했지만 이듬해 3월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후에 터진 손 전 회장의 700억원대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다. 손 전 회장의 재임기간은 물론 후임인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도 부정대출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금융당국이 소송에서 이겨서 제재가 이뤄졌다면 이어진 대형 리스크를 막거나 규모가 축소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당국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DLF 손실 사태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도 패배했다. 2024년 7월 중징계 처분이 과도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지난해 3월 금감원은 함 회장에 대한 제재조치를 '문책 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로 낮췄다.
■흔들리는 당국 위상
금융당국의 칼날이 법원을 거치며 잇따라 무뎌지고 제동이 걸리자 금융권의 불복 움직임도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는 예전처럼 금융사들이 당국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이나 증권사에 정기적으로 계속 검사도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되는 관계임에도 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당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라며 "과거 관치금융 시대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점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 임직원의 권리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수위가 비교적 낮은 징계임에도 소송을 제기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3년간 당국이 금융사 전현직 임직원과 진행한 소송은 49건, 소송가액은 81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법인에 부과하는 과징금, 과태료 등이 대폭 증가하면서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된 상황에서 별다른 법적 대응 없이 제재를 수용할 경우 손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처럼 당국이 세게 징계를 내리니까 소송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배임의 소지도 있고,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관계가 불편해질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소송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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