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價安比' 문화와 달라진 주거 선택
파이낸셜뉴스
2026.03.29 19:29
수정 : 2026.03.29 19:29기사원문
요즘 주택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의미의 가성비(價性比)를 본뜬 가안비(價安比)라는 말이 유행이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안전하면 기꺼이 추가 비용을 내겠다는 의미다. MZ세대의 아파트 선호는 바로 가안비와 궤를 같이한다. 아파트는 매매 가격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도 다른 주택보다 비싸다. 편의성과 더불어 보안·관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안전을 구매하기 위한 일종의 프리미엄 비용인 셈이다.
젊은 층은 결혼할 때 아파트살이를 필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2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 조사 결과 신혼부부의 73.4%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이처럼 MZ세대의 아파트 선호에는 '안전 강박증(Safety Obsession)'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안전 중시 문화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안전이 하나의 상품'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한 외국 연구 결과를 보면 주거 경계 인식에서 남녀 간 차이를 보인다. 여성은 단지의 외곽 울타리와 출입문을 사적 영역의 시작점으로 생각한다. 단지 내부의 산책로나 커뮤니티 시설을 '확장된 거실'로 받아들인다. 반면 남성은 주거 경계를 현관문 중심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문화는 외부 공간과의 구분을 강화하는 대신 이웃 간 교류 단절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도시 주거 문제로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라 '단지 공화국'을 꼽는 학자도 많다. 주거 형태 자체보다 '단지 중심의 폐쇄적 구조'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이런 비판에도 여성들의 안전 선호를 고려하면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파트와 닮은꼴 준주택인 오피스텔 역시 젊은 층,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 또한 가안비와 관련이 있다. 한때 핫플레이스였던 이화여대 앞 상권이 쇠퇴하고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섰다. 그만큼 주거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처럼 출입통제가 가능하고 외부와 구분된 구조를 갖춰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유리하다. 투자가치가 아파트보다 떨어지고 관리비 부담도 크다. 주거 편의성에다 업무지구나 역세권 주변에 위치해 수요는 탄탄한 편이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수요는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집은 사는 곳을 넘어 '불안을 관리하는 장치'로 재정의되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