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원룸 미라 1277일의 미스터리...사건의 전말은

파이낸셜뉴스       2026.03.30 05:16   수정 : 2026.03.30 09: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천의 한 원룸에서 3년이 넘도록 방치된 미라 상태의 시신을 둘러싼 충격적인 전말이 공개됐다.

지난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원룸 속 미라, 1277일의 미스터리' 편을 통해 범인이 시신을 은닉한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2024년 7월 10일, 인천광역시 소재의 한 빌라에서 미라화된 사체가 발견되는 일이 발생했다.

6년 동안 장기 투숙해 온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고 열흘 이상 연락이 두절되자, 건물 관리인이 방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강제로 열었다가 참혹한 현장을 마주한 것이다.

약 13㎡ 규모의 비좁은 방 안은 허리 높이까지 쌓인 쓰레기봉투와 짐들로 가득해 발 디딜 공간조차 부족했으며, TV와 선풍기는 켜진 상태였다. 또한 다량의 살충제와 표백제가 널브러진 가운데 한쪽 구석에 정갈하게 정리된 이부자리가 시선을 끌었다.

이불을 들추자 그 아래에서 대자로 누운 상태의 변사체가 드러났다. 발견된 사체는 피부 조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납작하게 마른 미라 형태여서 큰 충격을 주었다. 가슴 부위에 꽃문양이 선명하게 각인된 신원 미상의 여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목 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즉시 세입자 김 씨의 행방을 쫓았다. 별개의 사기 혐의로 이미 수감 상태였던 김 씨는 해당 시신이 자신의 동거녀였던 지영 씨라고 자백했다.

지난 2021년 1월,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을 겪던 지영 씨가 함께 죽자고 제안해 그녀를 먼저 살해했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본인 역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살아남았으며, 그 후 무려 1,277일 동안 자신의 방에 시신을 숨겨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의 휴대전화에는 시신이 있는 원룸에서 TV를 보거나 식사를 하고 셀카를 촬영하는 등 기괴한 행적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 씨의 일방적인 진술과 미라가 된 사체 외에는 촉탁살인 여부를 입증할 증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는 김 씨가 한 달에 한 번씩 살균 표백제로 청소하며 방향제를 뿌리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가동해 습도를 낮게 유지한 것이 의도치 않게 사체가 미라화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이한 행동에 의구심을 느낀 제작진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 씨를 직접 만났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접견에 응하며 여전히 촉탁살인을 주장했다.

그는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하고 시신을 유기하지도 못했다"라며, "외국 사례에 죽은 사람이 1%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기다리면서 밥도 먹고 그랬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지영 씨의 넋을 기리기 위해 향을 피우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지영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일본으로 이주해 미용 기술을 배우며 성실히 일했던 인물이다. 이른 나이에 어머니가 된 후 요코하마 한인 타운에서 홀로 생계를 꾸렸던 그녀는, 남편과 사별하고 가족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아들의 교육을 위해 일본에 남았다.

평온한 삶을 꿈꾸던 그녀가 왜 한국으로 돌아와 미라가 된 채 발견되어야 했을까.

제작진은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지영 씨가 2016년 지인의 가게에서 근무하던 김 씨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당시에도 지영 씨에게 폭력성을 드러냈으며,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집요하게 연락을 취할 정도로 심각한 집착 증세를 보였다.

불법 체류 문제로 강제 추방당한 김 씨였으나, 지영 씨는 그 후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관계를 지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중 2018년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오랜만에 가족들을 찾아왔던 지영 씨의 모습이 가족들에게는 마지막 기억이 되고 말았다.

김 씨가 여권을 가지고 돌려주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던 지영 씨는, 실제 예약된 일본행 항공권이 취소되는 일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범행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지영 씨를 살해한 날은 김 씨가 가해자로 연루되었던 대출 사기 사건의 1심 선고를 단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선고 결과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정황이 휴대전화에서 발견되기도 했는데, 전문가는 "구속을 앞둔 심리적 압박감이 지영 씨를 살해한 트리거가 된 것 같다. 김 씨는 지배통제형 살인범으로 보이는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집착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한 것 같다. 자신의 구속으로 지영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은 김 씨는 줄곧 동반 자살을 주장해 오다, 선고 직전 갑작스럽게 촉탁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을 인정하며 항소했다.

김 씨의 변호인은 항소 이유를 설명하며 "사체 훼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진정한 사과와 금전적 피해 보상을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김 씨가 지영 씨를 살해한 이듬해 다른 여성과 결혼하여 출산까지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의 사죄에 담긴 진정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실제로 지영 씨가 사망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빈번한 지출 내역을 보였던 김 씨는, 시신을 방치한 상태에서도 여러 여성을 만났고 그중 한 명과 아이를 갖기도 했다. 그는 시신이 있는 원룸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며 사체를 관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새로 만난 여성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는 김 씨에 대해 살인에 대한 특별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상대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 할 때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만성화되어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범이 살인이 아닐 수는 있으나 폭행이나 욕구를 충족시킬 다른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김 씨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감형을 호소했다.

법률 전문가는 "양형에서 다퉈볼 만한 요소는 사체 손괴 부분이 유일한 쟁점일 것 같지만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강조했다.


방송 말미에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홀로 남겨진 지영 씨의 아들 유타 군을 만났다. 할머니 병문안을 간다던 엄마와의 추억이 거의 없다는 유타 군은 가해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타 군은 가해자가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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