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바잉' 겨우 보내니...'노룩 전세' 왔다

파이낸셜뉴스       2026.03.31 06:00   수정 : 2026.03.31 06:00기사원문
한강벨트 주요 단지, 수요 높은 59㎡ 전세 0건
중대형 전세만 적체..."그 값이면 내집마련"

[파이낸셜뉴스] #.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대단지 전세 계약을 맺은 A씨는 중개소에 매물이 올라오자마자 전세금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입금했다. A씨는 "집도 안보고 돈부터 보냈다"며 "이사는 급한데 매물이 없으니 나오면 바로 잡아야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임대인 우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때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는 '패닉바잉(공황매수)'이 매매 시장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전세 시장에서 유사한 상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한강벨트 중심의 주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임차 수요자들이 '노룩 전세'를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품귀 현상은 수요가 높은 소형 평수에서 두드러진다. 아실에 따르면 마포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마포구프레스티지자이는 현재 전세 매물이 18건이다. 하지만 전세금이 12억원을 넘어서는 전용면적 84㎡가 17건, 19억원인 114㎡가 1건이다. 그나마 10억원 이하로 구할 수 있는 전용면적 59㎡는 한 건도 없는 상태다. 59㎡는 매매 물건으로만 55건이 올라와 있다.

마포구 공덕자이도 전세매물은 84㎡가 4건, 114㎡가 1건이며, 59㎡는 매매에 47건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세매물 19건 중 84㎡가 2건, 114㎡가 17건이며 신촌숲아이파크는 전세 매물 5건 모두 84㎡의 중형평수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소는 "신혼부부나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59㎡ 전세를 많이 찾는데 매물이 없다 보니 나오기만 하면 바로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0건'인 단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마포를 비롯한 한강벨트에서도 전세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용산구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 전세 매물 7건 중 59㎡은 1건 뿐이었으며,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은 1건에 불과한 매물이 84㎡의 중형이었다.

이처럼 전세 매물이 10여건 이상 존재한다고 해도 이들은 임차인을 오랜 기간 찾지 못한 중대형으로서 사실상 '허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고가, 특히 중대형 평수의 전세 매물은 적체되는 경향이 있다"며 "10억원대 전세금이면, 요즘처럼 매수자 우위가 형성됐을 때 내 집을 사는 것이 낫다는 무주택자들의 인식이 현실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서울 매매 시장에서는 '패닉 바잉' 현상이 잦아들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4월 중순까지 주택을 처분해야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지만, 매수 희망자들은 여전히 하락세를 기대하며 매수 시점을 조율하고 있어 서다. 동작구 소재 공인중개사는 "주말에는 줄지어 집을 보러 다니는 등 관심은 높지만, 예전처럼 집도 안보고 계약금을 넣겠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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