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은 곧 에너지안보… 자국선 발주 늘려야 강해진다"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8:15   수정 : 2026.03.30 20:29기사원문
fn조선해양포럼 중동사태로 재조명
참석자 2인이 말하는 K조선·해운의 길
호르무즈 막히자 원유·원자재 수급 비상
자국선박 발주 어느때보다 중요해져
中, 건조비용 저렴해 경쟁력 우위
전세계 신조 물량의 70%나 점유
韓 해운사, 우리 조선소 발주 34% 그쳐
업계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더불어
정부가 금융지원 등으로 격차 메워줘야
조선·해운기업들 '동맹 전략'도 필수
공동 투자·친환경 전환 등 협력 나서길
인력부족, 韓·美 모두에 심각한 문제
해운업의 해기사 비자 개선 참고할 만
K조선·해운업 지속 가능성 높이려면
선박 자율운항·스마트 조선소 등
AI 활용한 미래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파로 봉쇄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 항로가 차단되자 국제유가와 해운 운임이 동시에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산업계는 이미 기름값 상승은 물론 제조원가와 물가 전반에 걸친 연쇄적인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지난 17일 부산에서 열린 '2026 fn조선해양포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상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장(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군함, 잠수함, 해양 방산 기술은 국가 해양주권과 직결되고, LNG 운반선과 해양플랜트는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며 "바다를 지키는 힘은 곧 나라를 지키는 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미 글로벌 해운사들은 HD현대중공업에 석유화학제품운반선을, 한화오션에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잇달아 발주하고 있다. 이는 조선과 해운이 국가 해양주권,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진단과 맥을 같이하는 흐름이다.

파이낸셜뉴스는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를 견인하고 있는 김대영 한화오션 정책협력담당 전무와 K해운을 대표하는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과의 지상 대담을 통해 조선·해운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다음은 주요 질의응답.

―호르무즈해협 사태로 조선·해운이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이 증명됐다. 조선·해운에서는 '자국선 발주 비율 확대'가 시급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대책이 있나.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자국 선박 발주 확대는 해운산업의 외형 성장을 넘어 조선산업의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국가 물류 안보를 강화하는 핵심 과제다. 현재 벌크선 건조비용은 중국 조선소가 국내보다 약 25~30% 저렴해 시장 논리에 맡길 경우 국내 선사들이 중국으로 발주를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한중 간 선가 차이를 보전하는 정책금융과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적선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할 때 발생하는 가격 격차에 대해 금리우대나 이차보전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화주 상생구조를 제도화하고 공공부문의 장기 운송계약을 확대해 안정적 물동량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중소형·특수선박 건조 기반 회복을 위해 해사 클러스터를 복원하고, 국산 기자재 채택 비율에 연계한 금융보증(RG) 제도를 도입, 조선업 전반의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김대영 한화오션 전무=2023∼2025년 기준 중국 해운사는 자국 조선소에 96%를 발주하는 반면, 한국 해운사는 한국 조선소에 34% 발주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 조선소 간 가격 격차, 국내 조선사의 슬롯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자국선 발주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양 부회장의 의견에 공감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해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금융지원 등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가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조선산업이 불황기에도 기본적인 생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조선·해운 동맹이 필수적인데, 선결 과제는.

▲김 전무=조선·해운 동맹은 공동 투자 및 선박 발주, 선복 공유,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위해 함께 추진하는 협력 구조이며 이는 글로벌 물류·선박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서 비용 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동맹 구조는 시장경제주의자인 애덤 스미스조차 '국부론'에서 조선업을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예외적인 국가 지원 대상이라고 본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동맹으로 인한 △반독점 리스크 △경쟁 제한 △가격 남용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나, 가격 및 품질 경쟁의 동력을 유지하면서 안보·친환경·디지털 전환 등 혁신을 통해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국제 경쟁력을 공동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정한 게임 룰 설정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양 부회장=한국은 마스가에 대한 한미 정책협의를 통해 미국 조선 부문에 1500억달러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상선과 군함 수를 신속하게 확대하고, '한국에서 미국 선박을 건조할 가능성'도 언급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자국 조선소 부활뿐 아니라 브릿지 전략으로 추진되는 상선대 확충을 위해서도 마스가 자금의 금융 및 보증 지원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미국 상선을 운용하는 미국 외항선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미 합작선사의 상선 운용 역시 브릿지 전략으로 포함될 여지가 있다. 향후 한미 조선 실무협의체를 통해 1500억달러의 구체적 사용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미국 상선대, 미국 조선소, 한미 합작 해운사 투자로 확장하는 전략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도 그렇지만 국내에서도 조선과 해운 산업 모두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국내 인력수급 해결을 위한 대책은.

▲김 전무=조선업은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크고 변동 폭도 커 안정적인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불황 시에는 내국인 기술인력 유지와 신규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한화오션은 향후 불황에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 활용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편 외국인 채용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진행하며, 국내 고용정책에도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양 부회장=조선업 인력 부족 대응을 위해 외국인 비자제도 완화가 논의되는 가운데, 해운업의 해기사 비자제도 개선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해기 인력은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한국인 해기사의 고령화와 글로벌 해기사 부족 심화로 안정적 인력 확보에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협회는 우수 외국인 해기사의 장기 근무를 위해 '전문직업(E-5) 비자' 도입을 추진했다. 이 제도는 외국인 해기사를 의사나 조종사와 같은 전문 직군으로 인정한 것으로, 최대 5년 체류와 가족 동반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장기 근속 시 F-2(거주) 및 F-5(영주)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돼 숙련인력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조선업 역시 숙련공 유치를 위한 비자제도 도입 시 인력구조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은 자율운항기술, 조선은 스마트조선소가 나아갈 길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양 부회장=해운 분야의 자율운항기술은 단순한 무인화를 넘어 연료 절감, 선박 및 선원 안전 개선, 인력구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운항 고도화 수단이다. 현재는 인공지능(AI) 기반 운항 지원과 부분 자율운항이 중심이며, 일부 선사에서는 연료비 절감과 사고 예방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실증과 확산 구조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주요 선종에 AI 운항 시스템을 적용해 효과를 정량적으로 검증하고, 해운·조선·ICT 간 협력을 통해 데이터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김 전무=현재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일부 고부가가치 선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종에서 중국 대비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역시 언제든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이 스마트 조선소다. 설계·생산·경영관리 전반을 시스템화하고,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I 기반 안전 시스템과 스마트 장비 활용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6 fn조선해양포럼에서 기억에 남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양 부회장=중국이 전 세계 신조 수주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시장 논리만 놓고 보면 척당 1000만달러 이상 저렴한 중국 조선소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해운·조선산업 쇠퇴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미래 K해양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단순한 수요·공급 관계를 넘어 'K원팀(Team Korea)'으로서 거시적이고 고도화된 상생 전략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김 전무=조선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이번 포럼은 조선업뿐 아니라 해운, 선박금융 등 연관 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국가 위기 시 핵심 전략물자를 국적 선박으로 수송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 또한 선박금융이 경기 변동성과 글로벌 경쟁구도 속에서 조선소의 안정성과 고부가가치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fn조선해양포럼은 정부, 지자체, 기업, 학계, 협회 등 각 분야가 나아갈 방향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의성 있는 토론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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