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자격도 없다고?" 김범수 답지 않게 왜 이래…20억 철완, 보여줄 시간은 충분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8:38
수정 : 2026.03.30 18:38기사원문
개막전 0아웃 3실점 강판 후 크게 자책한 김범수
이범호 감독 "잘하고 싶은 마음에 긴장했을 것" 굳건한 신뢰 재확인
대우받고 시작하는 첫 시즌, 증명하려는 책임감이 만든 일시적 '오버페이스'
150km 직구와 예리한 커브는 건재하다… 고작 1경기, 고개 숙일 시간 없다
[파이낸셜뉴스] 개막전의 충격적인 역전패는 호랑이 군단 전체를 짙은 침묵 속으로 몰아넣었다. 6회까지 5-0으로 앞서며 완벽한 승리를 눈앞에 두었던 경기가 불펜의 연쇄 붕괴로 뒤집혔으니,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SSG와의 개막전 7회말, 선발 제임스 네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범수는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볼넷과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구원 등판한 투수들의 난조와 실책이 겹치며 김범수의 실점은 3점까지 불어났고, 팀은 6-7 대역전패를 당했다. 경기가 끝난 후 숙소 사우나에서 손승락 수석코치를 마주친 김범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저는 밥 먹을 자격조차 없습니다"라며 뼈아픈 자책을 했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그 짧은 한마디에 그가 짊어졌던 엄청난 중압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번 겨울, 3년 총액 2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FA 계약을 맺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그다.
프로 데뷔 이후 이토록 엄청난 대우와 확고한 기대감 속에서 시즌을 준비한 것은 처음이었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 연속 무피안타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기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기에,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팬들과 구단의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잘해야 한다'는 지독한 책임감이 오히려 어깨를 짓누르는 독이 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베테랑답지 않은 과한 자책이다. 현장 안팎에서는 "김범수 정도 되는 투수가 왜 이래, 고작 1경기 못했을 뿐인데"라며 질책보다는 안타까움이 섞인 격려가 앞서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출국장과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불펜은 절대 약하지 않다. 선발이 5이닝만 막아주면 7, 8회는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라고 당찬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150km에 육박하는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에,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헛스윙을 유도해 내던 예리한 커브까지, 그가 쥐고 있는 구위와 무기는 리그 최상급 불펜 투수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단지 이적 후 첫 정규시즌 등판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영점 조절 실패였을 뿐이다.
이범호 감독 역시 그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고 있다. 이 감독은 "신인도 아닌데 왜 저렇게 긴장했을까 이해가 간다"면서 "새로운 팀에 와서 정말 잘하고 싶었을 텐데, 불펜 투수들에 대한 내 믿음은 흔들림이 없다"라고 흔들리는 선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시즌은 길다. 이제 고작 2경기를 치렀고, KIA 타이거즈 앞에는 아직 142번의 전쟁이 남아있다. 20억 원이라는 금액은 단 한 경기의 완벽함을 위해 지불된 것이 아니라, 한 시즌 내내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켜달라는 묵직한 신뢰의 징표다.
지금 김범수에게 필요한 것은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특유의 뻔뻔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글러브를 끼는 것이다.
호랑이 군단의 7회와 8회를 삭제해 버리겠다던 그 당찬 '철완'의 본모습을 보여줄 시간은 아직 차고 넘치게 남아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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