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지출 40조' 역대급 손질… "정책 실효성 떨어질 수도"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1:00   수정 : 2026.03.30 18:34기사원문
연금·교육교부금 등 감축대상
법개정 없이 구조조정 어려워
고령화 따른 자연증가도 부담
정부 "모수 조정해 감축 추진"
전문가 "증가율 관리가 현실적"



정부가 2027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의무지출의 10%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의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2027년 의무지출은 415조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감축 규모는 40조원을 웃돈다.

의무지출 10% 감축 목표를 처음 제시한 것은 '재정혁신 2.0' 이행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30일 기획예산처는 2027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의무지출 감축 목표를 10%로 설정하고 전면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 지침의 특징은 △정책 일관성 강화 △국민 체감·지방 확대 △공정하고 투명한 재정 운영 △의무지출 목표치 설정 총 4가지로 꼽힌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이재명 정부가 제공하는 가치를 예산안 요구 단계부터 일관성 있게 반영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재정을 가장 큰 목표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의무지출 10% 절감은 쉽지 않은 목표다. 감축 규모만 40조원에 달하는 데다 법적·구조적 제약이 큰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정부는 감축 기준이 되는 '모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감축 대상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의무지출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건강보험, 지방교부금, 교육교부금 등 법률이나 산식에 따라 자동으로 지출되는 항목이다. 법 개정이 불가피해 정부가 재량으로 삭감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해 역대 최대인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의무지출은 2조원 수준에 그쳤다. 대부분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보조사업, 공공기관 출연금 등 재량지출에서 이뤄졌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자연 증가도 부담이다. 연금과 의료지출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자동 확대된다.

의무지출은 향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져 2028년에는 441조원, 2029년에는 46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구조적 제약 속에서 정부는 감축 기준이 되는 '모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실장은 "10% 감축 목표를 설정했지만 절대 줄일 수 없는 부분은 제외하고 적정한 수준의 모수를 설정한 후 그 모수 내에서 10%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수를 바꾸면 감축 목표치는 맞출 수 있어도 실제 재정지출을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모수를 조정해 감축률을 맞추는 것은 실제 지출을 줄이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10% 감축이 어렵다면 무리해서 수치를 맞추기보다 2~3%라도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의무지출 감축보다 먼저 증가율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 총량을 줄이기보다 지출 증가 속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후 감축 목표를 정하고,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의무지출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의무지출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단기적으로 지출 수준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증가율 관리가 최소한의 목표가 돼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은 지출부터 점검해 재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낮고, 고령화 속도까지 고려하면 단순 축소 접근은 한계가 있다"며 "재정건전성뿐 아니라 성장과 복지의 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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