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경쟁 넘어 AI대전환"…'인프라·플랫폼·서비스'로 승부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8:50
수정 : 2026.03.30 18:49기사원문
'AI컴퍼니' 고삐 죄는 통신3사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에 과감한 투자
KT, AI플랫폼 핵심 '에이전틱 페브릭'
자체 AI에이전트 생성 기업에 AX 전환
SKT, AI모델·클라우드 등 풀스택 구축
글로벌 AI인프라 시장 공략 가속
LGU+ 익시오, 초개인화 서비스 확대
보이스피싱 방지 등 소비자 체감 극대화
국내 이동통신 산업이 가입자 확보 기간의 전통적 경쟁 구도에서 차별적 인공지능(AI) 사업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통산업이 경쟁체제로 전환된 지 42년 만이다.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이 보조금을 무기로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등 내수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AI 대전환기에 맞춰 인프라·플랫폼·서비스 경쟁으로 경쟁축이 확 바뀐 셈이다.
3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일제히 주주총회와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조직정비를 마무리하고, 'AI기업 전환'이라는 목표 실행 단계로 완전히 방향을 튼다.
■KT "기업AX 혁신 동반자"…네트워크도 AI가 운영
KT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박윤영 사장을 공식 선임, 5개월여간의 경영공백을 끝내고 AI컴퍼니로의 전환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KT는 'AI 전환(AX)'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공공 시장 중심 AI플랫폼 전략을 제시했다. AI를 활용한 기업 생산성 혁신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KT AI사업전략의 핵심은 AI 운영체제(OS) 개념의 '에이전틱 패브릭'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업무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 통신회선 중심 매출 구조를 소프트웨어 기반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네트워크를 파는 기업에서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자체 인프라 측면에서도 AX를 병행하고 있다. AI가 네트워크를 지능적으로 운영하는 'AI-포-네트워크'와 AI 서비스 요구를 충족하는 '네트워크-포-AI'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며, 6세대(6G) 이동통신을 'AI 네트워크'로 정의했다. 위성·지상 통합망과 양자암호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통신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AI 인프라 패권 노리는 SKT…풀스택 전략으로 글로벌 정조준
SK텔레콤은 AI 모델부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까지 전 영역을 통합하는 '풀스택 AI'를 내세워 공격적인 AI전략을 펼치고 있다. AI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국가대표 AI'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초거대언어모델 'A.X'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AIDC), GPU 서비스(GPUaaS), AI 클라우드를 결합해 인프라 자체를 사업화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프라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전통 내수산업의 통신시장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AIDC에 전력·냉각 효율을 극대화한 설계를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통신사 연합과 협력해 '소버린 AI' 모델을 확산시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국가별 규제 환경에 맞춘 AI 인프라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 체감형 AI서비스 전략…고객경험과 보안 강화
LG유플러스는 고객경험(CX)과 보안 중심,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확보를 AI전략으로 내세워 차별화에 나선다. 대규모 인프라와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협력하고, LG유플러스는 소비자 체감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선 초개인화 음성 AI와 통화 기반 서비스 '익시오(ixi-O)'를 내세워 사용자의 통화 맥락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일상생활 속 AI 서비스를 집중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이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전략 아래 AIDC 사업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도 LG유플러스의 숙제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LG유플러스 AIDC만의 핵심 경쟁력은 그룹 역량을 결집한 '원 LG' 시너지"라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한 보안 강화도 LG유플러스의 주요 전략이다. 보이스피싱 방지 기술, 이상 통화 탐지 시스템 등 실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불안부터 잡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AI, 다른 길'…승부는 수익화에서 갈려
AI데이터센터와 AI 플랫폼 구축 등은 장기전을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이동통신 산업에 비하면 사업 경험이 부족한 영역에서 명확한 수익모델을 어떻게 구축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느냐가 통신3사의 AI기업 전환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망을 기반으로 가입자 기반 고정 수익이 나오는 전통적 통신사업과 달리 AI산업은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한 구조"라며 "수익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신·데이터 요금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네트워크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5세대(5G) 단독모드(SA) 기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실험에 돌입한 반면, 국내 통신회사들은 여전히 수익모델을 찾아내는 데 애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AI 인프라와 플랫폼, 그리고 고객경험을 둘러싼 AI 경쟁과 네트워크 상품화 경쟁 시대에 수익성 확보 전략이 국내 통신산업의 판도를 재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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