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 둘다 포기 안할래… 어쩌면 '신여성'의 삶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9:07   수정 : 2026.03.30 19:06기사원문
뮤지컬 '렘피카' 6월 21일까지
러혁명·세계대전 겪은 실존 화가
자유로운 사랑·예술적 성취 이뤄
오늘날 현대 여성 표상으로 읽혀
넘버·무대·조명 등 '감각적 연출'



프랑스를 상징하는 에펠탑은 단순한 랜드마크를 넘어 19세기 말 산업문명과 근대성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뮤지컬 '렘피카'는 이 에펠탑 일부를 무대 장치로 활용해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라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실존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1898~1980)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낸다. 렘피카는 아르데코 양식으로 도시적 여성상을 구현한 20세기 대표 초상화가로, 1970~80년대 마돈나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작품을 수집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넓혔다.

작품은 2024년 제77회 토니 어워즈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브로드웨이 최신작이다.'하데스타운'으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레이첼 채브킨을 비롯해 실존 인물 기반 서사에 강점을 지닌 극작가 칼슨 크라이저, 장르 융합형 음악으로 주목받아온 작곡가 맷 굴드가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서사는 러시아 혁명으로 귀족 출신 남편과 함께 파리로 망명한 렘피카가 생계를 위해 붓을 들면서 시작된다.

렘피카는 미래주의자 마리네티의 영향을 받으며 예술적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자유로운 영혼의 라파엘라를 만나 사회적·성적 규범을 넘어서는 감정에 휘말린다. 이러한 격정은 예술적 성취로 이어지는 동시에 또다른 갈등을 낳는다.

무대는 아르데코 특유의 기하학적 미학을 바탕으로 한 세련된 시각 디자인과 과감한 조명 연출이 결합돼 한 폭의 명화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구현한다. 특히 색채를 활용한 조명은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영상도 적극 활용해 시대적 분위기를 전한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뜨거운 감정이 클래식 선율에 팝·록·R&B를 결합한 맷 굴드의 음악과 맞물리며 스타일리시한 전기 뮤지컬로 완성된다. 지난 28일 정식 개막한 공연에서 김선영(렘피카)을 중심으로 린아(라파엘라), 정호영(마리네티), 김우형(타데우스 렘피키) 등 주요 배우들이 밀도 높은 연기와 노래를 펼치며 객석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주요 넘버 역시 인물의 심리를 정교하게 드러냈다. 렘피카의 예술적 정체성과 욕망을 담은 '우먼 이즈(Woman Is)', 라파엘라의 관능적 에너지가 두드러지는 '돈 뱃 유어 하트(Don't Bet Your Heart)', 마리네티의 신념을 압축한 '퍼펙션(Perfection)' 등이 극의 긴장감을 견인한다.

작곡가 맷 굴드는 "당시 렘피카가 그랬듯, 지금 이 시대에도 신선하게 들리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며 "재즈적 요소와 낭만적인 스코어, 기계적이고 테크노적인 비트까지 결합해 '쿨하고 새로운'사운드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렘피카'는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생존자인 동시에, 자신의 욕망과 성취를 스스로 선택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현대 여성의 표상으로 읽힌다. 성공과 사랑을 다 얻고 싶은 욕망은 더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셈이다. 공연은 오는 6월 21일까지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에서 이어진다.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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