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 춤추는 나비처럼… 거장부터 신성까지 날아든다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9:08   수정 : 2026.03.30 19:06기사원문
올봄 클래식 공연 '피아노 향연'
백건우 새앨범 슈베르트 전국투어
소나타 13·20번 브람스곡 등 선봬
"음악은 평생하는것… 은퇴는 없다"
'전설 듀오' 라베크 자매 내한 주목
미녀와 야수 등 피아노 두대로 연주
임윤찬 2년 만에 전국서 리사이틀



데뷔 7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부터 70대 자매 듀오 라베크까지, 세계적 거장들이 잇따라 한국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임윤찬과 쇼팽 콩쿠르 수상자들까지 20~30대 글로벌 스타들이 가세하며 올봄 클래식 공연계는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는 '피아노의 향연'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각기 다른 시간과 해석을 품은 연주들이 관객들을 만나러 온다.



■백건우부터 라베크 자매까지

지난 26일 새 앨범 '슈베르트'를 발표한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79)가 데뷔 70주년과 오는 5월, 80세 생일을 앞두고 전국 투어에 나선다. 4월부터 12개 도시를 도는 그는 30일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자 생활을 돌아보면 스트레스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이어져왔다"며 "이제 남은 것은 음악을 즐기는 일 아닌가 생각한다. 음악이 스스로 말하도록 두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번 앨범에서 슈베르트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너무 가까이 있고 늘 들어온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램 노트에 인용된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말 '듣다가 잠이 들더라도 우리는 천국에서 깨어날 것'이라는 문장이 와닿았다"며 "슈베르트의 음악은 때로 인간이 쓴 것인지, 천국에서 온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14번, 후기의 정수를 담은 18번과 20번이 수록됐다. 백건우는 "13번(D.664)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작품이고, 20번(D.959)은 오랫동안 답을 찾지 못해 남겨두었던 곡이다. 음악이 스스로 노래하도록 두는 것, 그 침묵을 견디는 태도가 지금의 슈베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그에게 은퇴는 없다. 음악을 사랑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한 연주는 끝나지 않는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곡은 음악 세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음악을 사랑하고 표현하는 일은 평생 이어지기 때문에 인생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전국투어에서는 소나타 13번과 20번, 브람스 '네 개의 발라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반세기 넘게 피아노 듀오의 역사를 써온 자매 피아니스트 카티아(76)·마리엘 라베크(74)는 오는 4월 26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듀오는 리사이틀로는 18년 만의 내한이다. 70대에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탐구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필립 글래스의 장 콕토 3부작 '오르페' '미녀와 야수' '앙팡 테리블'을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글래스가 라베크 자매를 위해 헌정한 곡이다. 아일랜드 출신 70대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는 오는 6월 24일 예술의전당 월드스타시리즈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피아노 스페셜' 무대에 오른다.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베토벤, 쇼팽, 그리그, 스크랴빈의 작품을 연주할 예정이다.



■임윤찬, 2년 만의 전국투어

임윤찬(22)은 오는 5월, 2년 만에 리사이틀 전국투어를 펼친다. 롯데콘서트홀(5월 6일)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5월 12일)을 포함해 5개 도시 6개 공연장에서 연주한다. 이번 투어는 프로그램과 공연장, 일정까지 임윤찬이 직접 기획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쇼팽: 에튀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을 선보여온 그는 "시간을 견디며 오래 남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며 "오랫동안 사랑해 온 슈베르트와 스크랴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공연에서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 '가슈타이너'와 스크랴빈 소나타 2·3·4번을 연주한다. 슈베르트는 국내 리사이틀 투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곡가이고, 스크랴빈은 오랜 기간 준비해온 레퍼토리다. 특히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스크랴빈 소나타 2번을 다시 무대에 올리며 한층 깊어진 해석을 들려줄 예정이다.

쇼팽 콩쿠르 수상자들의 내한도 이어진다. 지난 2021년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수상자인 일본 피아니스트 소리타 쿄헤이(31)는 오는 6월 26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브람스의 서정적인 작품과 쇼팽의 극적인 곡을 대비해 낭만주의 음악의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쿄헤이와 같은 해 같은 콩쿠르에서 당시 17세 최연소로 파이널에 진출한 에바 게보르기안(22)도 오는 5월 27일 예술의전당 '피아노 스페셜' 무대에 오른다. 2020년 독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러시아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에브게니 키신이 직접 선발한 장학생으로도 주목받았으며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계보를 잇는 연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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