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탈출하려면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9:16
수정 : 2026.03.30 19:16기사원문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의 줄기를 쥐고 세계를 흔들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는 1970년대의 1·2차 석유파동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한다. 특히 에너지의 94%를 수입하는 우리 경제는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1970년대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축능력도 한계가 분명하다. 석유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량인 90일분을 훨씬 넘게 비축한다지만 LNG는 저장 특성상 의무비축량이 10일이 안 된다. LNG 공급 차질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한 대응능력 상실로 이어져 전력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중동 의존, 해상수송 집중, 낮은 LNG 비축이라는 삼중의 리스크 위에 서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유럽과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의 역할을 강화하며, 외부 공급에 덜 의존하는 전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두 축으로 에너지 공급체계를 갖추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원전의 전기가 가장 싼 국가이다. 그러니 이 두 에너지의 조합으로 환경성, 공급 안정성, 경제성의 에너지 삼중고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서방세계에서는 유일한 국가다.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의 볼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생과 원전의 두 에너지로 전력은 물론 교통과 산업, 난방의 석탄·석유와 LNG 의존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에너지 이용의 전기화를 가속해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중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에너지의 4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 4분의 3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 조속히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생산하는 전기로 바꿔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을 경직성 전원이라고 터부시하지 말고 원전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원전과 재생에너지에 민간자본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특히 원전은 공기업 독점체제다. 대형원전은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은 민간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자본을 이용해 석탄발전을 SMR로 전환하고, SMR로 생산된 전기를 기업이 직접 구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번 에너지 위기가 전력산업을 변혁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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