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엔 있고 한국엔 없는 철도 혁신
파이낸셜뉴스
2026.03.30 19:20
수정 : 2026.03.30 19:20기사원문
지하철 전동차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전철역 승강장에 맞춰 높이를 조절해주고, 전동차 문에서 자동으로 개폐되는 자동 발받침이 문과 승강장 사이에 발이 끼는 사고를 막아준다. 좌석마다 구비된 콘센트와 접이식 트레이는 사용자의 출퇴근과 여행 시간을 즐겁게 해준다. 호주 퀸즐랜드와 시드니에서 지난해 11월 만난 현대로템의 신형 전동차는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사용자 위주의 온갖 편의장치와 신기술이 대거 탑재돼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발이 끼는 사고가 종종 벌어진다. 현대로템의 자동 발받침은 국내에서도 분명 실효성이 큰 기술이다. 전동차를 살펴보며 소위 '국뽕'이 차오르다가, 문득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전동차가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전동차 도입은 발주처가 원하는 사양에 맞춰 입찰이 진행된다. 하지만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출발선에조차 설 수 없다. 납품 지연이나 품질 문제는 계약 이후에야 확인되는 구조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최저가 경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납기 준수율과 초기 고장률 등을 데이터화해 다음 입찰 평가에 반영하는 '전주기 성과관리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로템과 같은 대기업으로 일감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철도 부품 협력사들이 다원시스가 진행하던 사업에 현대로템의 입찰 참여를 희망한다는 얘기였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다원시스 사태로 협력사들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일감 단절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저입찰제'는 가격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우진산전 등 중견기업에는 시장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민이 감내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크다. 중견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면서도 호주에서 봤던 신형 전동차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입찰제도가 도입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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