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소송 대응 예산 年 11억뿐… 패소땐 신뢰도까지 추락
파이낸셜뉴스
2026.03.31 18:23
수정 : 2026.03.31 18:23기사원문
금융당국, 소송에 몸살 (중)
'제재심 불복' 잦아진 금융사들
한건에 수억 쓰며 대형로펌 선임
판례도 적어 당국 불리한 위치
"그래도 제재 수위 낮출순 없다"
패소율 낮출 방안 찾기 '고심'
금융당국의 제재 결과에 불복해 소송에 나서는 금융사들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제재심 불복 소송에 대한 승·패소율이 금융당국의 제재 신뢰도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권위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소송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금융사와 비교해 부족한 소송 예산 규모와 인력, 부족한 판례 등 현실적인 제약사항을 내부적으로 꼽고 있다.
31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제재심 불복 소송 증가와 40%를 뛰어 넘은 패소율을 낮추기 위해 제재 수위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제재심의 1차 관문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만큼 지난 2021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지난해 강화된 내부통제 등을 금융회사가 더 철저하게 준수하고 지킬 수 있도록 제재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도 감지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일부 소송은 금융회사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금융소비자 보호가 우선인 당국 입장에서 금융소비자에게 기울어질 정도의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40%를 웃도는 패소율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특히 피소 당사자인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소송 가능성까지 염두해 비공개 안건소위원회를 수차례 여는 등 법적 근거를 철저하게 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금융사들이 불복 소송을 쉽게 걸고, 제재 결과 패소할 경우 금융당국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서 "고위공무원들은 예전보다 사안마다 시간을 더 투자해서 법적 논리까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패소 이유를 금소법 등 새로운 유형의 법이 등장했고, 금전적인 과징금 과태료 부과액수가 커졌지만 판례가 부족한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판례가 축적되면서 검사 사례도 축적되면 명확한 제재를 통해서 패소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사들이 이른바 '5대 로펌'을 복수로 선임할 경우 금융당국은 다른 로펌을 선임할 수밖에 없어 소송전에서 불리한 제약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패소율 낮출 소송역량 높여야
문제는 금융당국이 패소율을 낮출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사들과의 소송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내부의 소송 대응 역량은 따라가기도 벅찬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비교해 금융위원회의 소송 건수는 적은 편"이라면서 "이제부터는 검사 단계부터 적법 절차를 따지고 소송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금융위에서 소송을 총괄해 전담하는 사무관은 한 명에 불과하다. 법무부에서 파견 나온 공익법무관 3명이 보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법무국에서 소송 수행 실무를 도맡고 있다.
금융위는 올해 인력과 예산 증원을 요청했으나 인원은 늘리지 못했고, 예산은 전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사들이 행정소송 1건에만 수억원을 지불하며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금융사들과의 다툼이 커지면서 당국 출신들의 로펌행도 잦아지는 추세다. 금융위에서 금융데이터정책과장,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등을 역임한 신상록 전 과장은 이달 초 법무법인 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달 말 삼정KPMG를 떠나 법무법인 김앤장에 둥지를 틀었다.
금감원 출신들도 대형 로펌 사이에서 1순위 영입 대상으로 꼽힌다. 금감원에서 은행감독국장, 감독총괄국장 등을 거쳐 은행·중소금융 부원장을 역임한 최성일 전 부원장은 이달 초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이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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