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美국무차관 "韓 개정 정보통신망법 논의할 것"

파이낸셜뉴스       2026.04.01 11:15   수정 : 2026.04.01 11:14기사원문
정보통신망법 개정 당시에도 "기술 협력 위태롭다" 비판

[파이낸셜뉴스] 세라 로저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 한국 방문 기간 동안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로저스 차관은 30일(현지시간) SNS에서 "이제 한국으로 향한다"며 "한국에서 조선과 네트워크법(정보통신망법), K-팝 외교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우려를 외교 창구를 통해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발언이다.

로저스 차관은 이전부터 정보통신망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 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표면적으론 딥페이크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규제 당국에 검열 권한을 부여하기보다는 피해자가 민사 소송을 통해 구제 받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입법 방향에도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미 국무부 차원에서도 공식 성명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국무부는 이 법이 '허위조작정보'의 기준을 모호하게 정의해 플랫폼 기업들이 처벌을 피하고자 선제적으로 콘텐츠를 삭제하는 '사전 검열'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고 봤다.

미국이 더 심각하게 여기는 건 경제적 측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을 구글과 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불필요한 무역 장벽으로 간주한다. 특히 이 법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했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미국은 DSA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간주해 관련 EU 인사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보복 조처를 한 전례가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단순 외교 수사를 넘어 실질적인 통상 보복 가능성까지 내포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를 대체할 관세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3월 11일 한국을 비롯해 중국, EU, 일본, 대만, 인도 등 16개 주요 교역국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정보통신망법은 언론사나 유튜버 등이 고의로 허위 정보를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 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자율규제 정책 수립과 삭제, 계정 정지 등의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이 법은 한국 내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로저스 차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외교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