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수사 실무진까지 전방위 확대…기업 ‘사법 리스크’ 장기화 우려

파이낸셜뉴스       2026.04.01 17:01   수정 : 2026.04.01 16:27기사원문
'실무자' 중심의 수사 이어진다면 담합 균열 일으켜 예방 가능하지만 오히려 증언 등에 의존해 재판 장기화 가능성도



[파이낸셜뉴스] 검찰이 담합 행위에 대해 법인을 넘어 실무진 개개인까지 수사 화력을 집중하면서 법조계와 경제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과거 법인과 일부 임원에 국한됐던 기소 대상이 실무진까지 대폭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법적 부담이 대폭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설탕, 밀가루, 전력 등 필수품 분야 담합 수사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장 질서 교란 규모를 약 10조원으로 추산하고 12개 법인과 함께 개인 52명을 기소했다. 전분 및 당류(전분당) 수사에서도 임직원 수십 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 형태는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2015년 통신 3사의 공공전용회선 담합 당시 검찰은 특정 업체의 전직 임원 2명과 법인만을 기소하는 데 그쳤고, 아이스크림 담합 사건 역시 임원 선에서 기소가 마무리됐다. 기업 직원들을 과도하게 법정에 세울 경우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수사는 실무자 개개인을 피고인으로 특정하며 압박하고 있다. 법인은 벌금형이 최대인 반면 개인에겐 최대 징역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담합 가담자들의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법조계는 해석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양형을 규정할 수 있어 담합의 내부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역시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처벌 경감·면제)를 통해 담합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사 방향의 변화가 기업 경영과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실무진을 겨냥한 수사가 대표이사 등 책임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꼬리 자르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객관적 자료 중심의 법인 수사와 달리, 개인 수사는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혐의 입증 과정에서 과도한 압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할 경우 재판이 기약 없이 길어지는 점은 기업에 치명적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오히려 재판이 더 길어질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를 장기간 짊어질 수밖에 없고, 검찰 측에서도 입증에 필요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경제계에서는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 검찰의 행보가 과도하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는 독점금지법(AMA)상 개인에게 최대 5년 징역 또는 벌금 500만엔, 법인에게 최대 5억엔의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집행 실적은 제한적이다. AMA 제정 이후 형사 기소 사례가 약 30건에 그치고, 개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적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일본은 2005년부터 리니언시 프로그램을 도입해 첫 번째 신고 기업에 과징금 전액 면제와 형사 고발 면제 가능성을 부여하며 자진 협조를 유도한다.


유럽연합(EU)은 개인에 대한 형사 처벌 권한이 거의 없고, 법인에 대한 과징금을 통해 징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사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며 개인 처벌보다는 경제적 제재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제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과도하면 기업들은 담합 의심 행위 자체를 피하려다 오히려 정상적인 가격 협의나 정보 교환까지 꺼리게 될 것”이라며 “리니언시를 통해 수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보다 저인망식 기소로 기업 전체를 마비시키는 방식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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