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보이는 전쟁, 에너지 비상 플랜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2026.04.02 18:39   수정 : 2026.04.02 18:39기사원문
트럼프 "2~3주 극도의 타격" 공언
빗나간 종전 예측, 불확실성 더 커져



기대했던 종전선언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개전 33일차인 1일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모든 군사적 목표를 매우 빨리 달성할 단계에 있다"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을 향해 "향후 2~3주 동안 극도의 강력한 타격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예상을 빗나간 발언에 시장은 격렬히 반응했다. 한국 증시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식은 줄줄이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유가는 연설 직후 단숨에 배럴당 104달러로 다시 치솟았고, 원·달러 환율 시장도 요동쳤다. 끝이 안 보이는 전쟁에서 세계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비상한 각오로 위기대응력을 두배, 세배 키워야 할 것이다.

미국 황금시간대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18분짜리 연설은 미국민의 우려를 잠재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속하고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를 전장에서 거뒀다"며 "핵심적 전략 목표들이 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알린다"는 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종전 일정을 밝히지 않는 대신 신속한 공격을 재차 주장하면서 기름값 상승이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해결 책임도 중동산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돌렸다. "우리는 도움을 주겠지만 그들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외신을 통해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석유를 사거나 이제라도 용기를 내 해협을 직접 관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중개회사가 선박의 자료를 제출받아 국가별 등급을 감안해 최종 통행료를 책정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협상 시작가는 배럴당 1달러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가 될 수 있다.

현실화되면 중동산 원유가 70%인 우리가 받을 충격파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다. 이란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체가 먹구름에 휩싸였지만 짓눌린 강도로 따지면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중동전 여파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고, 그 기름의 대부분이 중동산인 국가에서 중동전쟁 쇼크는 예고된 재앙이나 다름없다.

산업계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의 연속이다. 원유 조달이 막힌 정유업계는 재고 바닥이 머지않았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나프타 대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가동률을 60%대까지 낮췄다. 주요 기업들은 고객사에 이미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을 통보했다. 운임이 급등한 해운·항공 등 물류업종의 타격도 말할 수 없다. 정밀소재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공포도 마찬가지다.

종전이 선포된다고 해도 바로 회복되는 게 아니다. 걸프 지역의 시설 대부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이란의 호르무즈 통행료 리스크의 파장은 핵폭탄급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너지·원자재 공급 실태를 다시 면밀히 따져보고 촘촘한 대책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급선 다변화에 필요한 실천적 과제를 장단기로 구분해 구체적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정부와 민간, 정치권이 똘똘 뭉쳐 살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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